1000년전 석탑에 자물쇠·문고리를 새긴 이유…보경사 오층석탑 보물된다
1000년 전에 세워진 고려시대 석탑인 포항 보경사의 오층석탑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이 된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1층 몸돌(탑신석)에 새겨진 자물쇠, 문과 문고리 조각이 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과 문고리·자물쇠 등이 표현된 석탑은 여럿이지만 1023년에 건립된 보경사 오층석탑의 문고리·자물쇠 조각은 유독 도드라진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이 역사적·학술적으로 귀중한 가치가 있어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고려 현종 14년(1023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승려인 사명대사 유정이 1588년 지은 ‘내연산 보경사 금당탑기(內延山寶慶寺金堂塔記)’ 기록을 보면, 1023년에 사찰에 탑이 없어 푸른색의 청석(靑石)으로 5층탑을 만들어 대전 앞에 놓았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단층기단 위에 5층의 몸돌(탑신석)과 지붕돌(옥개석)돌)로 구성됐고, 높이는 약 4.6m다. 탑의 꼭대기인 상륜부에는 복발석(엎어진 사발 모양의 장식물)과 복발석을 받치고 있는 사각형의 장식물(노반석)이 있다.
특히 1층 몸돌 정면에는 문(창문)과 문고리, 자물쇠가 돋을새김으로 표현돼 있다. 이들 표현은 석탑 내부에 사리가 모셔져 있음을 의미한다. 사리를 섬기고 경배하며 부처의 가르침과 정신을 기리는 사리신앙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은 “이같은 사리신앙의 상징은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석탑과 승탑들에서 시작되어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또 1층과 2층 지붕돌 아래에는 깊은 홈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빗물이 지붕돌에서 몸돌 쪽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끊어지도록 하기 위해 파놓은 물끊기 홈이다. 이같은 물끊기 홈은 1010년에 건립된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보물)과 1031년에 세워진 ‘칠곡 정도사지 오층석탑’(보물) 등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은 “물끊기 홈 표현 역시 통일신라시대에 시작되어 11세기까지 이어진 고려시대 전기 석탑의 양식적 특징의 하나”라며 “보경사 오층석탑은 명확한 조성시기 기록이 있고, 11세기 고려 석탑의 전형적인 기법·양식이 잘 나타나 역사적·학술적으로 귀중한 유산”이라고 밝혔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향후 30일 간의 의견을 수렴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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