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베네수엘라 사태 살피고 있다”···마두로 압박 가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대선 결과 조작 의혹을 단초로 일어난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와 정부 대응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과거 반정부 시위를 반인권적으로 탄압한 혐의로 ICC 수사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당국의 폭력 등 여러 혐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로마규정에 따라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폭력 행위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8년 유엔에서 채택한 로마규정은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ICC 설립 근거법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정식 절차 없이 야권 인사를 ‘마구잡이식’으로 잡아들이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유엔 국제 조사단은 대선일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시위와 관련해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대부분은 총격으로 인해 숨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조사단은 원격 약식 심리, 증거 없는 혐의 적용, 구금자 가족에게 미통보 등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의적·불법적 체포 사례가 많다며 우려했다.
마르타 발리냐스 조사 단장은 “시위 과정에서 보고된 사망 사건에 관해 철저히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 보안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과, 이들과 공모한 무장 민간인의 개입이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정부는 이미 2014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반정부 시위대에 인권 탄압을 자행한 혐의로 ICC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국회 무력화 시도와 야권 인사 체포 등으로 불붙은 2017년 반정부 시위 당시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 명이 연행된 사건과 관련해 ICC는 마두로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시위대와 야권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요소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에게 추가 혐의가 덧씌워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은 물론,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브라질 등 중남미국 정부도 마두로 정권을 향해 개표 결과 공개와 야권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무·국가방위통합회의에서 “나는 우익 단체의 폭력적인 행태에 공권력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를 주문한다”며 “각종 폭력과 증오 범죄에 대해 철권으로 대응하면서 확실하고 엄중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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