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선균이 형 '고생했다' 말해주지 않을까"…'행복의 나라' 조정석, 故이선균을 그리며(종합)

조지영 2024. 8. 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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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잼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천의 얼굴이자 팔색조다. 올라운더 배우 조정석(44)이 여름 스크린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정치 휴먼 영화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제작)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들게 된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 그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행복의 나라'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행복의 나라'는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 비서관과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79년 발생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주도한 김재규 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연루된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를 비롯한 재판 변호인단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에 이어 다시 한번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정치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행복의 나라'는 올해 여름 영화 두 번째 주자로 지난달 31일 개봉해 단숨에 300만 관객을 돌파, 지난 12일까지 13일 연속 흥행 1위를 지키며 '흥행 킹'으로 등극한 '파일럿'(김한결 감독) 조정석의 또 다른 여름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미디로 300만 관객을 웃음짓게 만든 조정석이 이번엔 '행복의 나라'에서 정극 연기로 180도 변신해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 무엇보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에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의 변호를 맡아 혼신의 힘을다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를 터트리는 주인공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변호사로 '행복의 나라'의 중심을 잡는다.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이날 조정석은 가장 먼저 '파일럿'의 흥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단 너무 기쁘다. 내 연기 인생에 있어서 이런 순간들이 또 올 수 있을까 싶다. 나에겐 너무 과분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솔직히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건 내 욕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제작사, 배급사이지 않나? 다 잘됐으면 좋겠다. 이 두 영화 색깔이 확실하게 다르기 때문에 관객이 두 영화 모두 같이 즐겨주면 좋겠다. 처음 두 작품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라기도 했다. 바쁘겠지만 보약을 먹어서라도 열심히 홍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곧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도 공개가 된다. 세 편의 작품이 다 몰린 상황에서 아는 지인이 내게 '셋 다 망하면 어쩌냐'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주먹을 쥐었다. 지인의 말처럼 당연히 부담도 많이 됐다. 그래도 '파일럿'이 개봉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다행이고 한시름 놨다. 지금은 약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느낌인 것 같다"고 웃었다.

'행복의 나라'를 선택한 과정도 털어놨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는 내가 먼저 캐스팅이 됐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추창민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배우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겠지만 이것은 나만의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며 "대중은 나에 대해 서민적이고 코믹스럽고 유쾌한 장르를 기대하고 좋아해 준다.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역할은 실제로 내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 제안이었다. 사실 어떤 역할이든 갈증이 있다. 빈도수로 따졌을 때 내가 많이 했던 장르보다 내가 해보지 못한 갈증은 언제나 있는 것 같다. 그 당시 나름 해소가 됐지만 아직도 목마르다. 갈 길이 멀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특히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 속 골프장 신을 떠올리며 "골프장 신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이지만 개인적으로 시원했다. 정인후가 일갈하는 모습이 판타지이지만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13, 양우석 감독) '서울의 봄'과 비교에 대한 이야기도 피하지 않았다. 조정석은 "레퍼런스가 있는 역할이나 작품을 할 때 쉽고 어렵고를 떠나 당연히 연기자로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 정인후는 가공의 인물이지 않나? 내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이 확실한 창작물이 되는 자유로움도 있다. 레퍼런스가 있어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며 "'행복의 나라'에도 법정 신이 중요해 '변호인'과 비교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변호인'이란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이 시나리오를 보고 그 영화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다만 영화 자체가 다르다. 정인후가 극 중 박태주(이선균)를 변호하는 마음과 변호를 맡기까지의 전사가 중요한 영화다. 그래서 '변호인'의 법정 신 등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행복의 나라'에서 또 새롭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봄'에 대해서도 "나도 정말 관객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기에 주위 분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주위 분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우리가 다 아는 사건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리 영화는 완전 색이 다르고 이야기의 중심이 다르다"며 "'행복의 나라'를 보고 난 어떤 분이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고 평해준 게 그 말이 너무 좋았다. 그 이야기를 제일 먼저 듣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사망한 고(故) 이선균과의 마지막 호흡도 조정석에겐 특별했다. 조정석은 이선균을 떠올리며 "이선균 형은 눈만 봐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서로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 장난도 많이 쳤다. 그러면서 서로 긴장도 풀고 함께 신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현장은 심각한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차분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 슛 들어가면 눈만 봐도 알 것 같더라. 그러면서 지금의 케미가 나온 것 같다"며 "만약 이선균 형이 영화를 봤다면 '고생 많았다'고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이선균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좋은 작품으로 계속 보고 싶었다"고 울컥했다.

그는 "너무 좋아하는 형이자 배우였다. 이선균 형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렇게 묵직한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촬영 때도 '이 작품, 이 역할을 해서 팬으로서 너무 좋다'고 형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선균 형의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런 부분이 신기하고 재미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행복의 나라' 측은 이선균의 유작이란 부담감보다는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며 애도를 숨김없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추창민 감독은 "우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를 잃었는지 알게 될 작품이다"며 아쉬워했고 유재명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을 찾아볼 수 있는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정석은 "사실 이선균 형의 유작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나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선균 형을 앞세워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잼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조정석은 행복에 대해 "지금 배우 조정석을 보는 사람들은 '파일럿'도 잘 되고 '행복의 나라'도 개봉하고 '신인가수 조정석'도 있고 많은 작품이 흔치 않게 공개되고 있는 점에서 행복하겠다고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행복하기보다 부담이 많이 된다. 당연히 감사하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신 인간 조정석은 행복한 것 같다. 인간 조정석에게 행복은 가족이다"고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행복의 나라'는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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