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얼차려 훈련병 사망’ 수사한 군경찰, 유족 앞에서 욕설”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훈련병 사건을 맡은 군사경찰이 보강수사를 요구하는 유족 앞에서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얼차려를 받다 숨진 고 박태인 훈련병의 수사설명회에서 수사를 담당한 군사경찰 김모 중령과 유족 측의 녹취 내용을 공개하면서 김 중령의 징계를 요구했다.
녹취록에는 지난 7일 열린 수사설명회에서 박 훈련병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A변호사와 사건 수사를 담당한 육군3광역수사단 32지구수사대장 김 중령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군사경찰은 수사설명회에서 유족들이 제기한 의문점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며 수사를 마무리 짓고 군검찰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족 측이 보강 수사를 요청하자 김 중령이 “지시조로 말하지 말라”고 말하며 언쟁이 시작됐다. 군인권센터는 “A변호사와 유족 등이 김 중령이 설명회에서 퇴장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한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군사경찰의 사망 사건 수사설명회는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유족의 의혹 및 궁금증 해소를 위해 개최하도록 돼 있다. 유족 측은 당시 가해자인 중대장이 이전에도 가혹한 얼차려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 박 훈련병 후송 당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센터의 판단 및 결정 내용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군 경찰은 대상 기관에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경찰은 수사설명회 다음날인 지난 8일 군검찰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유족에게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수사설명회는 군에서 변사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는 의혹 때문에 제도적으로 못박아서 시행하고 있다”며 “유족들이 의혹을 품지 않도록 설명회를 충분히 진행하라는 취지가 분명한 것인데 군사경찰이 유족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며 설명회를 하다 말고 퇴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졸속으로 변사사건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은 사건이 지휘책임이나 후송문제 등으로 번져나가지 않게 막고 싶기 때문”이라며 “참모총장 등 윗선의 결심이 아니라면 수사관이 보강수사를 요구하는 유족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욕설을 하며 퇴장하고 송부를 강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육군수사단은 이날 경향신문에 “수사관이 혼잣말로 부적절한 언급을 했으나 유가족 앞에서 말한 것이 아니다.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재판에 협조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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