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온상된 엑스…EU, 트럼프 대담 놓고 머스크와 대립각
머스크, 최근 정치 게시글 급증…2021년 2%→올해 17%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온라인 대담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이 머스크 측에 경고서한을 보내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된 대담에 앞서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머스크에게 경고서한을 전달했다.
그는 서한에서 "증오와 무질서, 폭력을 선동하거나 특정 가짜정보 관련 콘텐츠"가 유포될 수 있다면서, 머스크에게는 EU 디지털법(DSA)에 따른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DSA는 SNS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이러한 서한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온라인 대담에 관한 것이라면서, 최근 영국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선동에 영향을 받아 극우 폭력시위가 전국을 휩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한을 받은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2008년작 영화 '트로픽 썬더'에 등장하는 배우의 사진과 함께 그의 대사 중 하나인 "크게 한 발짝 물러서서 엿이나 먹어라"는 글을 올리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린다 야카리노 엑스 CEO도 브르통 위원의 서한에 대해 "유럽에서 적용되는 법을 미국 내 정치 활동으로 확장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며 "유럽인들이 대화를 듣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유럽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EU를 "언론 자유의 적"이라고 맹비난하며 "EU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말고 자신들의 일이나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EU가 무역 정책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세를 적용하고 무역 합의를 재협상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에 바가지를 씌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정한 언론 자유를 위해선 어떠한 견해든 여과없이 전달돼야 한다는 신조를 지닌 머스크에게 인수된 이래 엑스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유포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머스크 자신도 엑스 인수 이후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빈도가 크게 늘었고, 사업 관련 게시물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양새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머스크가 올리는 게시물에서 테슬라 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1월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올해 들어 그의 피드에서 정치 관련 게시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2021년 2%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올린 정치 관련 게시물의 주제는 대부분 미국의 이민자 문제와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 이데올로기 비판, 트랜스젠더 권익강화 반대 등으로 미국 보수진영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미국 대선과 영국 극우 폭력시위와 관련된 것도 있었고, 이 중에는 '가짜 뉴스'로 간주할 수 있는 콘텐츠도 포함됐다.
예컨대 지난달 26일에는 해리스 부통령의 목소리를 조작한 영상을 '조작 영상'이라는 명시적 표시 없이 올려 물의를 빚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선거가 사기와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전자 투표 기계와 우편 투표는 위험하다"라며 "종이 투표와 직접 투표만 의무화해야 한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이러한 행보에 비춰볼 때 "그가 언론의 자유와 더 개방적인 생각의 교환을 위해 트위터를 인수했다고 한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어떤 면에서 이 사이트(엑스)는 그의 도발적인 정치적 견해를 위한 개인 확성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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