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0도 화성, 데울 방법 찾았다…“나노물질 대기 살포”

이정호 기자 2024. 8. 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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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먼지 속 ‘철·알루미늄 원료’ 나노물질 생성
대기에 살포해 영하 30도 수준으로 온난화 가능
미생물 뿌려 산소 생성…인간 거주 가능성 상승
자전하는 화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모습. 최근 미국 연구진이 화성 먼지에 함유된 금속을 이용해 화성 온도를 크게 끌어올릴 방안을 찾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영하 60도까지 곤두박질치는 화성 평균 온도를 지구의 미생물이 살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성 먼지 속 금속으로 만든 나노물질을 현지 대기에 살포해 온실효과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미생물 활동으로 화성 대기에 산소가 많아지면서 미래에는 인간이 우주복 없이도 화성에서 숨 쉴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 등은 미 노스웨스턴대와 시카고대, 센트럴 플로리대 연구진이 화성 온도를 지구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일 방안을 고안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현재 화성 평균 온도는 영하 60도다. 화성이 척박한 불모의 땅인 중요한 이유가 바로 낮은 온도다. 연구진은 화성을 ‘생명의 땅’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화성 지표면에 깔린 먼지 속 철과 알루미늄 입자에서 찾았다.

연구진은 컴퓨터 분석 끝에 철과 알루미늄을 나노물질 형태로 잘게 부숴 공중에 방출하면 화성 지면에 쏟아지는 태양열이 우주로 달아나지 않게 가두는 ‘온실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알아냈다. 현재 화성 대기에는 이런 온실효과를 만들 물질이 부족하다.

연구진은 화성에서 나노물질을 매년 200만t씩 고도 10~100m에 살포하면 온실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살포 시작 수개월 뒤부터 온도가 올라가 수십년 뒤에는 원래 화성의 평균 온도(영하 60도)보다 30도가 높아질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화성 평균 온도가 영하 30도가 된다는 뜻이다.

이 정도 온도는 지구 북극의 겨울철 평균 온도와 비슷하다. 인간을 비롯한 대형 동물이 편안히 살기에는 여전히 춥지만 미생물은 살 수 있다. 연구진은 온도가 올라간 화성에 지구에 사는 미생물을 투입하면 산소가 생성될 것으로 봤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거주할 기초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전에도 화성 온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는 과학계에서 나왔다. 유력한 제안 중 하나는 염화불화탄소, 즉 프레온가스를 화성 대기에 주입하자는 것이었다. 염화불화탄소의 온난화 능력은 이산화탄소의 약 1만배에 이른다. 하지만 염화불화탄소를 만들 원료는 화성에 없다. 염화불화탄소를 사용하려면 매번 지구에서 로켓으로 수송해야 한다. 이러면 돈이 많이 든다.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면 화성 온난화 계획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이 제안한 기술은 다르다. 화성 먼지에 이왕 함유된 철과 알루미늄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료 수급 걱정이 없다. 화성에 나노물질 생산공장을 일단 지어 놓기만 하면 대기 온도를 높이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 대기에 퍼뜨린 나노입자가 얼마나 오래 떠 있을 수 있는지 추가 분석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로 인류가 화성을 탐험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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