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올림픽 선수들과 公正의 정치[시평]

2024. 8.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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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감흥과 여운 남긴 파리올림픽
영상 판독으로 판정 시비 급감
공정은 수용과 화합의 대전제
올림픽과 너무 다른 국내 정치
승복하고 축하하는 문화 중요
정치의 공정성 강화해야 할 때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본진이 13일 오후에 귀국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2024 파리올림픽 참가 여정은 성공리에 끝난다. 금메달 13개를 포함해 모두 32개의 메달을 딴 파리올림픽은 여러 감흥을 제공하고 여러 생각할 거리로 긴 여운을 남긴 대회였다.

무엇보다도 공정(公正)에 대한 생각할 거리다. 종목별 성적에 따라 종목 관련 국내 협회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올림픽의 종목별 성적을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으로 설명하려는, 이른바 대표 선발 공정성 환원주의(reductionism)로 불릴 정도의 비중으로 공정성 문제가 거론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다수 종목에서 비디오 판독이 보편화해 판정 시비가 줄었다. 사실, 편파 판정은 패배로 판정된 선수뿐만 아니라 승리로 판정된 선수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편파 판정을 지켜본 관중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해당 심판진보다, 편파 판정으로 승리한 선수에게 비난을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됐다가 이번 올림픽 무렵 케이블 등에서 방영된 영화 ‘카운트’는 그런 대중의 태도 편향을 완화하기도 했다. ‘카운트’는 88 서울올림픽에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복싱 선수조차 또 다른 피해자임을 보여줬다.

판정 시비 없이 승자와 패자가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장면은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공정한 판정은 수용과 화합의 주요 요소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소수자 차별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개막식 퍼포먼스에 대해 호평과 비난이 교차했으며, 성(性) 정체성 문제가 제기된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의 경기 참여 자격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다수자에 대한 역차별도 해소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공정성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

고대 올림픽은 그리스 도시국가 전체의 연대감을 고양했다. 올림픽헌장에는 올림픽 경기가 국가 간 경쟁이 아니고 선수 간 경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IOC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IOC를 대표하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올림픽은 국가를 초월한 소프트웨어다.

올림픽은 남이 소비하더라도 내가 소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비경합적(nonrival) 서비스이자, 동시에 배타적으로 향유되지 않는 비배타적(nonexcludable) 서비스다. 비경합적이고 비배타적인 재화(財貨)는 공공재로 불린다.

사회기반시설 역시 공공재다. 이번 대회 중계 화면에 자주 등장한, 계획적으로 조성된 파리의 모습은 19세기 나폴레옹 3세(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치적으로 볼 수 있다.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 제2공화정을 붕괴시키고 제2제정 황제에 즉위한 인물이다. 또, 한국이 5개 전(全) 종목을 석권한 양궁 경기의 중계방송에서는 프랑스 제1제정 황제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자주 언급됐다. 경기장 바로 옆 레쟁발리드 건물 지하에 나폴레옹 1세의 무덤 때문이다. 나폴레옹 1세와 3세는 모두 공공재 중시의 태도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권력을 쟁취했다가 대내외 공공정책의 실패로 권좌에서 비참하게 물러났다.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운 1인 지배 체제인 북한은 8년 만에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의 성적을 거뒀다. 북한 선수들은 여러 장면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선수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복합적이다. 같은 민족이라 당연히 선전하기를 기원하기도 했고, 고생 많이 한 북한 선수가 좋은 성적으로 귀국해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올림픽 승전보가 북한 정권 연장에 도움 될 것이라 북한 선수단의 졸전이 차라리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좋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에 걸맞게 진정한 민주국이자 공화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시선을 나라 안으로 돌린다고 해서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올림픽에서처럼 열심히 경쟁한 후 결과에 승복하고 축하와 격려를 나누는 모습이 우리 정치에서도 관찰되려면, 판정의 공정성이 공유돼야 한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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