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벨트·러스트벨트’의 전투...美 대선 향방 보인다
러스트벨트 내 블루월 3개주 해리스 우위
7개 경합주 승패가 두 후보 운명 가를 듯
“수 세대 만에 가장 격동적인 대선 캠페인은 이제 러스트벨트(Rust Belt)와 선벨트(Sun Belt)라는 두 전선에서의 질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AP통신은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선벨트’와 ‘러스트벨트’에서의 전투로 묘사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격전지로 선벨트와 러스트벨트가 주목 받고 있다.
선벨트는 미국 남부의 일조량이 많은 지역으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조지아, 플로리다 등 15개주를 가리킨다. 춥고 눈이 많은 북부의 스노벨트(Snow Belt)에 대비되는 말로, 1970년대까지도 낙후된 농업 지대였다. 하지만 이후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산업지대로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 미국 인구의 40% 이상이 선벨트에 거주하고 있다.
과거 선벨트 지역은 공화당이 우세한 주가 많았으며 올해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일 때만 해도 트럼프 우세 지역으로 꼽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해리스 부통령이 새 후보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잡으면서 ‘트럼프 우세’였던 지역이 ‘경합 지역’으로 바뀌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선거분석기관 쿡 정치보고서는 ‘공화당 우세’로 분류했던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를 8일(현지시간) ‘경합’으로 재분류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쿡 정치보고서는 “(3개 지역 외에) 주요 경쟁 주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2~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러스트벨트는 미국 북동부 및 중서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 지대로 뉴욕,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아이오와, 일리노이 등의 주를 포함한다. 이 지역은 1870년대부터 100년간 제조업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대표 공업 지대였으나 1970년대 이후 고비용으로 인구가 줄고 제조업체들이 남부로 이전하면서 불황을 맞았다. 2000년대 이후 인구 감소율 상위 10개 도시 중 8개가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 이 지역에 있는 도시였다.
러스트벨트 내 주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압도적인 표차가 나지 않는 경합주가 대부분이지만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의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블루월(Blue Wall)’로 불렸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를 지지한 이후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도 이들 3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우세를 보였으나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게 된 후에는 해리스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3개 주에서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6%)보다 우위를 점했다. NYT는 “대선 구도 재편 이후 민주당이 극적으로 역전했다는 징후”라며 “대선 승패를 좌우할 3개 경합주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눈에 띄게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미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의 11일 현재 민주당은 선거인단 226명, 공화당은 235명을 확보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는 ‘매직넘버’인 270명에 도달하려면 민주당은 44명, 공화당은 35명을 더 채워야 한다.
이에 따라 러스트벨트에 속한 블루월 3개 주(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선벨트내 경합주 3곳(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등 7개 경합주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블루월을 수성하면서 선벨트도 공략하고, 공화당 역시 블루월의 경합주를 빼앗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백인 남성인 바이든 대통령에서 흑인이자 인도계인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만큼 블루월 요새화에 사활을 걸었던 전략을 버리고 경합주 가운데 선벨트로 분류되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 네바다 등의 유색인종 유권자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과 그에 따른 인종과 세대를 초월한 열광으로 인해 양당의 지도자들은 선거 운동의 전열을 다시 짜게 됐다”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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