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시달리는 비걸 레이건의 퍼포먼스에 지지 잇따라···팝스타 아델도 “레이건 덕분에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인 것을 알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 종목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장면은 예상과 달랐다. 지난 9일 여자부 경기에서 호주 대표 레이철 건(비걸 레이건)의 퍼포먼스가 시선을 끌었다. 레이건은 캥거루가 뛰어다니는 듯한 점프 동작을 하더니, 옆으로 누워 한 발로 밀면서 움직이기도 했다. 우리가 알던 브레이킹 동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는 듯, 마는 듯한 동작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전문가의 시각도 같았다. 창의성, 개성, 기술, 다양성, 음악성 등으로 평가되는 브레이킹 종목에서 레이건의 퍼포먼스는 0점을 받았다.
레이건은 36세의 대학 강사로 이번 대회 브레이킹 여자부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우승하며 올림픽에 무대에 섰지만, 그녀의 색다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기술적으로도 경쟁자들의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레이건의 퍼포먼스를 두고 화제가 이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만큼 비판과 조롱의 목소리도 많다. “캥거루 춤이냐”며 비난하는 목소리부터 “호주가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에 꼭 선수를 출전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건은 가장 창피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녀의 동작은 우스꽝스러웠다” 등 악플이 계속된다.
레이건은 이후 “내 강점은 창의성에 있다”며 “나는 다른 경쟁자들처럼 역동성과 파워 무브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게 움직이려 했고,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국제 대회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할 기회가 평생 얼마나 될까”라고 항변했다.
올림픽 호주 대표팀 단장인 안나 미어스도 “레이건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절대적으로 사랑받는 멤버”라며 “퍼포먼스를 통해 올림픽팀을 대표했고, 올림픽 정신을 열정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레이건은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브레이크댄서”라고 강조했다.
브레이킹 종목의 수석 심사위원 마틴 길리안도 기자회견에서 악플에 시달리는 레이건에 브레이킹과 힙합 커뮤니티가 지지하며 보호에 나설 것임을 밝히며 “브레이킹 종목은 독창성과 새로운 것을 가져와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레이건은 바로 이것을 해냈다”고 밝혔다.
레이건의 퍼포먼스는 그래미상 수상자인 세계적인 팝스타 아델에게는 확실하게 어필한 듯하다. 아델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레이건을 언급했다. 아델은 “파리 올림픽에서 일어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며 “브레이킹이 이번에 올림픽 종목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퍼포먼스는 너무 환상적이었다. 저와 스태프들은 거의 24시간 동안 웃었다”면서 브레이킹 종목이 레이건 덕분에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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