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칼럼]불신의 브랜드 '우리은행'

김형기 기자 2024. 8.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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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시중은행의 A은행장과 나눈 대화 한토막.

-우리금융의 손 회장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조금 이례적이지요..."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2일 우리은행장, 지주사 및 은행 임원 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적어도 손 회장이 연루된 대출사고가 언제, 어떻게, 누가, 어떤 과정과 절차, 협의를 거쳐 완성시켰는지 세세하게 공개한다면 그 때부터 우리금융에 대한 불신의 장막이 거둬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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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시중은행의 A은행장과 나눈 대화 한토막.

-우리금융의 손 회장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조금 이례적이지요..."

-최고 경영진 주변의 친인척 대출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인데. A은행에서는 어떤가요.
"우리는 은행 임직원의 친인척 대출에 대해 일반 대출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이익을 주고 있는 셈이지요. IMF위기와 리먼브라더스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내부 기준을 높였습니다."

-경영진들에게는 그렇다 해도 직원들에게는 대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직원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작동시킵니다."

(A은행장과의 자리에 동석했던 B부행장이 대화에 끼어 들었다) "못 믿으시겠지만 저도 개인 자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아야 했지만 회사 기준이 까다롭고 불편해서 다른 은행 대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대출비리 의혹을 놓고 금융가에선 가급적 언급 자체를 꺼린다. 지주 회장이 등장한 사안을 개별적인 사고라고 치부하기엔 휘발성이 너무 높다.

은행은 단순 창구 사고조차 치명적이다. 오랜 기간 쌓아올린 신용이 먼지처럼 흩어질 수 있다.

안타깝지만 우리은행은 이제 '불신의 브랜드'로 떨어졌다.

전임 손 회장의 직접 연루 의혹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서 상식 이상의 엉터리 기준과 부실관리 실태가 발생한 것은 어떤 방식의 해명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우리금융, 우리은행은 불과 1년여 사이에 벌써 세번째 금융사고가 드러났다.

앞선 두번의 사고는 지점과 본점의 직원들이 저지른 것. 이 때문에 '관리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새 회장체제가 들어서면서 관리의 문제는 체질개선, 시스템 정비만 제대로 하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금융, 우리은행 전체를 통솔해온 최고 경영자가 등장한 대출사고에 대해 내부의 누가 '관리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으며, 내부의 누가 관리할 수 있겠는가.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2일 우리은행장, 지주사 및 은행 임원 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임종룡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고 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올바른 기업문화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 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반성했다.

상황 인식과 해결의 방향은 맞지만 퍼즐은 완성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금융사고는 예외없이 '누구누구를 어찌어찌 처리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그 다음이 문제. 항상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통상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수순이다. 국민들, 고객들의 건망증에 절대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는다면 '불신의 우리금융'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손 회장이 연루된 대출사고가 언제, 어떻게, 누가, 어떤 과정과 절차, 협의를 거쳐 완성시켰는지 세세하게 공개한다면 그 때부터 우리금융에 대한 불신의 장막이 거둬지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금융은 이러고도 아마 무척 오랜 기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노력에 미리 응원하고 싶다.

김형기 머니S 대표

김형기 기자 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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