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이미지 '와르르'…벤츠 최상위 전기차 EQS도 '중국산 배터리'
BMW코리아가 수입차 업체 중 최초로 자사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한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나섰다. 수입차 업체 중 전기차 판매 2,3위를 다투는 회사인 만큼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벤츠 최상위 모델에도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판매량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전날 밤 국내에 판매 중인 전기차 10개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공개했다. BMW iX1, iX3는 중국의 CATL 배터리를 탑재했고 나머지 전기차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실렸다.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된 차종은 BMW i4 eDrive40, BMW i4 M50, BMW i5 eDrive40, BMW i5 M60, BMW iX xDrive50, BMW iX M60, BMW i7 xDrive60, BMW i7 M70 등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벤츠 EQE 중에선 '300′ 트림(세부 모델)만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350+' 'AMG 53 4M+' '350 4M'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 최상위 모델인 EQS는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EQE SUV에선 '500 4M'은 파라시스, '350 4M'은 CATL 배터리가 사용됐다. 또, EQC는 LG에너지솔루션, EQB는 SK온 배터리만 탑재됐다. EQA는 연식에 따라 CATL와 SK온 배터리가 다르게 탑재됐다.
두 회사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것은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대한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가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공개한 만큼 어차피 공개해야 할 상황이 됐고, 이를 공개하지 않고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자사 홈페이지에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공개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기아는 레이EV와 니로EV 일부 모델에만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장착했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화재 사고 이후에 영업비밀을 이유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다가 BMW코리아가 공개한 뒤에야 제조사를 공개했다. 여기에 사고가 났던 EQE 모델 뿐만 아니라 최상위 모델인 EQS에도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미지가 훼손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업체들이다. 2022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가 꾸준히 판매량 1위를 기록해 왔는데 지난해 상황이 뒤집혔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BMW는 7만7395대를 판매해 201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은 7만6697대였다.
올해 상반기 격차는 더 크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1위는 BMW로 3만4933대에 달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보다 5000대 가까이 적은 3만15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진 고급차 이미지가 화재 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며 "배터리 제조사 공개로 '중국산'이라는 이미지 역시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기업이지만 1,2대 주주를 모두 중국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와는 2018년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2020년에는 벤츠가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하며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이날 국내 주요 완성차 제조·수입차 업체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회의를 열어 배터리 정보 공개에 대한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뿐만 아니라 안전 대책과 관련해 정부가 준비 중인 규제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전망이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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