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났던 다양성…신간 '굿바이, 동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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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슬라브계 주민들은 잠들지 않는 죽은 자들 때문에 전염병이 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민족 청소, 전쟁 등이 잇따르면서 동유럽은 가난, 폭력, 민족 갈등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유럽이라는 개념 자체는 소련의 패망과 함께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는 동유럽 국가들이 제국들 틈바구니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배어 나온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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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동유럽 슬라브계 주민들은 잠들지 않는 죽은 자들 때문에 전염병이 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주민은 공동묘지 무덤을 파헤쳐 시신의 심장을 찌르고 다녔다. 오스트리아 의사들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동유럽 사람들의 기행은 와전됐고, 18세기 초부터 서유럽에선 뱀파이어 전설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소문에 의하면 동유럽은 뱀파이어의 천국이었다.
와전된 소문 속에 동유럽은 한때 신비하면서도 낯설며, 때론 두려운 곳으로 여겨졌다. 카프카의 기괴한 문학, 비밀경찰 '슈타지'의 암행, 슬로바키아를 배경으로 한 '호스텔' 같은 잔혹한 공포영화는 이런 동유럽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민족 청소, 전쟁 등이 잇따르면서 동유럽은 가난, 폭력, 민족 갈등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일부는 맞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틀린 내용이다. 게다가 동유럽이라는 개념 자체는 소련의 패망과 함께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는 모두 중유럽이라고 자국을 칭한다. 발트국가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는 북방이라는 대안을 택하며 "'노르딕' 구역의 일원으로" 인식되길 선호했다. 발칸에 있는 국가들은 아드리아해나 흑해를 둘러싸고 형성된 해양 공동체의 일부로 자국을 정의했다.
동유럽 출신으로 미국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제이콥 미카노프스키는 신간 '굿바이, 동유럽'(Goodbye, Eastern Europe)'에서 "'동유럽'이란 용어는 외부 사람들이 편의적으로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동유럽이라고 묶기 힘든 이 광대한 지역의 1천년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동유럽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언어적, 민족적, 종교적 다양성이다. 이는 동유럽 국가들이 제국들 틈바구니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배어 나온 특징이었다. 동유럽 20여개국은 오스만제국, 합스부르크제국, 독일제국, 러시아제국에 속했다. "동유럽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 곳으로부터 지배받은 경험이 있어야" 했다. 그들은 먹거리와 일거리를 찾아 제국 내를 떠돌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인종과 문화, 종교가 뒤섞였다. 여기에 서유럽 여러 국가에서 박해받은 유대인들도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오늘날 살아있는 유대인의 80%가량은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동유럽에선 가톨릭교도 주민들과 정교회 교인들이 유대인, 무슬림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살았다. 가장 작은 마을에서도 10분만 걸으면 다른 종교권에 속했다. 저자는 "동유럽의 모든 공동체는 혼합되지 않을 수 없고 '순수'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꽃피웠다. 비록 거주민의 운명은 이스탄불, 빈,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를린이 지배했지만, 그 문화만큼은 찬란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아름답고, 다양하면서도 주변과 조화로운 문화를 지녔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유럽이 단지 희생의 장소가 아니라 고유한 문명을 가지고 있고, 끝없는 매력과 경이를 지닌 장소"라고 강조한다. 책은 종교, 민족, 제국, 전쟁, 사상 등 14개 주제를 넘나들며 그런 "끝없는 매력과 경이"를 보여준다.
책과함께. 하승철 옮김. 50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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