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땜질했건만… 금배지 귀에 '층간소음 읽기'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8. 13. 09: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022년 개정한 주택공급 기준
층간소음 성능검사 강화했지만
사후 성능검사 후 추가 조치 필요
주택법 개정해야 현실서 적용 가능
여야 의원들 별 관심 기울이지 않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정부는 말도 탈도 많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택건설' 기준을 변경했다. 업계 안팎에서 '그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국토부는 한번 더 '추가 개정안'을 내놨다. 여기엔 층간소음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들어있지만, 아직까진 무용지물이다. 이를 현장에 적용하려면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금배지들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공공주택의 고질병인 '층간소음'은 풀기 힘든 난제다.[사진=뉴시스]

2년 전까지 건설업자들은 아파트 시공 시 층간소음을 잡기 위해 '시험을 통과한 자재'를 사용했다. 공사 전에 자재의 성능을 검사했기 때문에 이는 '사전 성능검사'라 불렸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검증한 자재를 써도 층간소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공 방법에 따라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이 달라지는 경우도 숱했다.

그래서 정부는 2022년 8월 4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사업승인계획을 제출한 공동주택에 '사후 성능검사'를 의무화했다. 사후 성능검사란 차음재를 시공하고 준공 승인을 받기 전에 층간소음 검사를 진행하는 거다. 시공 후 현장에서 충격음을 검사하기 때문에 차음재 등이 '층간소음'을 얼마나 막아내는지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사전 성능검사보다 더 믿을 만한 지표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 일부를 개정하고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검사기준'을 바꿨다. 면적별 주택 2% 샘플 검사, 중량ㆍ경량충격음 기준 49㏈로 강화, 기준 미달 시 보완 시공 혹은 손해배상 등 권고가 개정의 골자다.

국토부는 2023년 12월 보완책도 내놨다. 사후 성능검사에서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 그럴 경우 입주자 보상책이 없다는 점 등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인 보완책은 기준 미달 시 보완시공ㆍ손해배상 등 의무화, 시공 중간 단계에서도 소음 측정, 검사 세대 수 2%→5% 확대, 입주 지연 등 피해 예상되는 경우에만 보완 시공을 손해배상으로 대체, 손해배상 시 검사 결과 전 국민 공개 등이다.

2014년 한 어린이가 층간소음을 줄여준다는 매트리스를 들고 있다. 10년이 흘렀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여전하다. [사진=뉴시스]
[사진 | 뉴시스, 참고 | 충격시 데시벨 측정]

그럼 이 정도면 '층간소음' 아파트는 완전히 사라질까. 아직까지 확신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법적 공백이 있다. 국토부가 내놓은 층간소음 보완책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가령, 층간소음 기준치에 미달했을 때 보완 시공을 하지 않거나 손해배상금을 내지 않으면 준공을 불허하는 조치는 현행 주택법으론 불가능하다. 문제는 금배지의 태도다. 21대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월 개원한 22대 국회에선 관련 개정안을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설사 주택법 개정안이 지금 통과하더라도 빈틈이 많다. 소급 적용 문제다. 이 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면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2022년 8월 4일부터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날 사이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주택은 '보완 조치' 등을 취할 의무가 없어서다.

이는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입주자 대부분은 '층간소음 자재의 성능이 미달할 때 보상방안'으로 보완 시공과 입주지연 보상금을 동시에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축공학회지에 실린 '층간소음관련 판례와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김성덕ㆍ2024년)'에 따르면, 일반 시민 10명 중 7명(78.2%)은 "층간소음 자재의 성능이 기준치를 밑돈다면 보완시공이나 입주지연 보상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논문을 작성한 김성덕 국토안전관리원 차장은 "새로운 층간소음 제도를 시행하면 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보완책을 준비해 제도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후 성능검사에 추가 조치를 덧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능검사를 '사전에서 사후'로 바꾸는 것보다 성능검사 후 데이터를 꾸준히 측정ㆍ수집하는 게 훨씬 더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가령, 사람이 위층에서 걸을 때 들리는 '발망치' 소리는 중량 충격음이다. 이는 공동주택의 평면 유형이나 구조 형식, 시공 품질, 측정 방법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차음재를 사용했더라도 바닥(천장)이 기울어져 틈이 있거나 콘크리트 밀도가 떨어지면 성능이 달라진다. 이런 차이는 현장에서 실증 데이터를 모아야만 분석할 수 있다.

양홍석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바닥충격음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바닥재 성능의 상관성을 분석해야 찾을 수 있다"며 "실측 데이터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주택 건설기준은 땜질에 땜질을 거쳤다. 갈수록 더 꼼꼼하고 실정에 맞는 기준으로 바뀌고 있긴 하지만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층간소음은 새 기준에 맞춰 더 줄어들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