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닷컴 버블’ 시스코 어른어른…‘AI 버블’ 대비해야 해?

정의길 기자 2024. 8.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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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노지원의 글로벌 파파고
#인공지능(AI) 버블
컴퓨터 그래픽 처리에 필요한 반도체와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정의길-노지원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유럽 특파원을 다녀온 노지원 기자가 묻고, 오랜 기간 국제 이슈를 다뤄온 정의길 선임기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지저귀는 앵무새처럼 풀어드리겠습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1990년대 후반 닷컴 기업에서 일어난 버블(거품) 현상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거대 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한다 해도 아이폰이나 인터넷에 버금가는 경제 혁명은 일어나지 않고, 급등했던 모든 주식도 폭락할 것이다.”

지난 7월 골드만삭스의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짐 코벨로가 내놓은 보고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덕분에 향후 10년 동안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 증가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하였던 골드만삭스였다. 앞서 5월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역시 인공지능의 생산성 예측이 과장됐으며, 불평등과 부작용만 커질 것을 경고했다. ‘인공지능 거품론’은 최근 미 기술 대장주(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이후 더욱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이들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29.9%로 지난해 4분기(56.8%)와 올해 1분기(50.7%)보다 둔화했으며 “향후 3분기(17.2%)와 4분기(18.7%)에는 지금보다 더 낮을 전망이라 투자자들이 더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8월6일 보도)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8월 들어서 갑자기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 얼굴이 파래졌어. 증시가 전 세계적으로 폭락하고, 인공지능 버블이 꺼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얼마나 심각한 거야?

A. 미국 경제와 시장이 8월 들어서 하루아침에 바뀌었네. 그동안 경기 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기침체로 바뀐 거지.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이 4.3%로 6월의 4.1%에 비해 0.2%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한 전후로 증시 등 금융 시장이 폭락하고 요동쳤어. 전날에는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46.8로 경기 위축 가늠선인 50을 밑돌았어.

미 증시에서는 1~2일 이틀 연속 나스닥 지수가 2.30%, 2.43% 등 주요 지수가 2%대로 떨어졌어. 다음주 월요일인 5일 장이 열리자, 한국 증시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무려 8.77%, 코스닥 지수는 11.3%로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을 했지. 일본 닛케이 지수는 12.4%나 폭락, 역시 역대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어.

세계 증시를 선도하는 미국 증시가 6일에 1%대 반등에 성공하며, 연 사흘째 계속되던 세계 증시 폭락사태는 일단 진정됐지만, 지금까지도 변동성은 계속되고 있어.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증시 활황을 이끌던 이른바 인공지능(AI) 주도주 엔비디아 등이 급락, 급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는 거야. 엔비디아는 사실 지난 4월10일 10% 폭락한 이후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보여왔는데, 이제는 증시 전체가 완연히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지.

Q. 자꾸 ‘엔비디아’가 등장하는 이유는 뭐야?

A. 세계 증시를 선도하는 미국 증시를 보면,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이후 급격한 등락을 반복해왔어. 그런데 2022년 10월에 오픈에이아이가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를 출시했고, 그때부터 증시는 미친 듯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어. 인공지능 열풍이 시작된 거야.

증시 활황은 두 단계를 거쳤어. ①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활황 ②2022년 10월부터 인공지능 활황 장세지. 코로나19 장세는 미국 등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퇴나 시장 붕괴를 막으려고 막대한 재정을 풀었기 때문이고, 그 때 풀린 돈이 아직 회수가 안 된 상황에서 2022년 10월부터 인공지능 열풍이 겹쳤어.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인공지능 관련주 중심으로 증시가 달아올랐지.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는 거야.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과 구동에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반도체가 필수가 됐어. 인공지능 출시 전에는 그저 그런 비(B)급 반도체 회사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애플이나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최고 기업으로까지 떠올랐어. 최근 5년 동안에 무려 43배나 올랐어.

주가의 등락을 보여주는 화면. 클립아트코리아

Q. 이번 엔비디아 주가 폭락을 두고 20년 전 닷컴 버블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닷컴 버블은 뭐고, 이게 왜 현재 상황이랑 비슷한 거야?

A. 2000년 전후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닷컴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닷컴 장세가 벌어졌어.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생 기업이 소속된 나스닥 지수는 1995년부터 2000년 3월까지 무려 800%가 폭등했어. 특히 1998년 하반기에 약 1500에서 2000년 3월에 5000을 넘어서, 약 1년 6개월 동안 무려 160%나 올랐지. 그러다가, 폭락했어. 2002년 10월까지 무려 78%가 떨어진 1200대로 주저앉았어.

당시 닷컴 버블에서 최고주는 시스코라는 회사였어. 인터넷 인프라에 필요한 통신 등의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었지. 당시는 인터넷이 보급되는 단계였으니, 이 회사 장비가 잘 팔리기도 했고, 앞으로도 수요가 많을 것으로 평가받았어. 닷컴 버블이 꺼지는 2000년 3월까지 5년 동안 무려 45배나 주가가 올랐어. 하지만 인터넷 기반 회사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되자, 닷컴 버블은 내려앉았어. 시스코도 최고 80달러에서 10달러대까지 폭락했어.

엔비디아와 시스코가 비슷한 점이 보여?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에 필요한 장비 회사이고, 시스코는 인터넷에 필요한 장비회사라는 거지. 인공지능이나 인터넷이나 개발 단계에서는 거기에 필요한 장비 회사가 당장 수익을 내니까, 주가가 거침없이 폭등한 거지. 엔비디아도 시스코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야.

Q. 닷컴 버블은 터졌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은 세계 최고의 빅테크 기업으로 살아남았잖아. 인공지능도 인터넷만큼이나 혁신적이고, 향후 산업을 주도할 기술 아닌가?

A. 장기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인터넷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거야. 그게 언제냐는 부차적 문제이고, 당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인공지능 장세가 닷컴 버블처럼 파국에 봉착하는지야. 일단 현재까지는 과거와 같은 파국은 없을 거라는 의견이 많기는 해. 정보기술주들이 닷컴 버블 때보다는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 상태는 아니라는 거야.

예컨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야. 그리고 12개월 뒤의 주가수익비율은 닷컴 버블 때 정보기술주는 48배로 거래됐는데, 현재는 31배라는 거야. 엔비디아와 시스코만을 비교하면, 엔비디아는 현재 40배인데, 시스코는 닷컴 버블 절정 때 131배였어. 에스앤피 전체의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21배로 역사적인 평균보다도 낮아. 닷컴 버블 때는 25배였어. 미국 개인투자자협회가 조사하는 호황 장세 지수를 보면, 2000년 1월에는 75%였는데, 현재는 44.5%야. 역사적 평균 37.5%에 비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인공지능 장세를 주도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어. 닷컴 버블 때에는 주도주들이 당장 수익은 없이, 미래의 장밋빛 전망에 기대서 주가가 부풀었지.

인공지능(AI)이라고 적힌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Q. 그럼, 거품이 터질 걱정은 없다는 거야?

A. 현재 지표만 가지고는 거품을 논할 수는 없어. 인공지능 장세에서 핵심은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붐이야. 빅테크 등 주도로 시장에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가 어마어마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올해 상반기에만 1060억달러를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에 투입했어. 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에 1조달러가 투자될 것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도 있어. 챗지피티를 개발한 인공지능 선두주자인 오픈인공지능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만은 5~7조달러를 투자받겠다고 공언하고 있지.

인공지능 개발 신생회사들인 캐릭터인공지능(Character.AI)은 1억5천만달러, 어댑트(Adept)는 4억1500만달러, 인플렉션(Inflection)은 15억2500만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챗봇 등을 개발하고 있어. 그 많은 돈을 누가 투자했겠어. 구글은 캐릭터인공지능을, 아마존은 어뎁트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에 돈을 투자해 사실상 그 회사들을 인수한 상태야.

그런데 걱정거리가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을 거 같아. 인공지능은 챗지피티-3 출시 이후 그다지 기술혁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대중들이 인공지능 기술에서 쓰임새를 별로 찾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어. 로이터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29%가 챗지피티를 써봤는데, 2%만이 매일 쓴다고 하네. 인공지능 사용에 돈을 쓰는 기업들도 현재는 사소한 입질 정도이고, 챗지피티 등을 구매할 확실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인공지능 도구에 강력한 컴퓨터 성능과 전기 등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해서 이윤 폭이 훨씬 적다는 평가도 있고.

Q. 인공지능 버블이 터진다면 그게 언제일까? 어떻게 대비해야 해?

A. 거대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이제 인공지능 투자가 계륵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야.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터넷처럼 엄청난 수익을 낼 기술 기반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런 막대한 투자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냐는 거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재무책임자 에이미 후드는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는 향후 15년 이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어. 메타의 재무책임자 수전 리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부터 수익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로 파산하지는 않겠으나, 10~15년 이후의 수익을 기대하고 이런 투자를 계속하다가는 아마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역풍이나 주가 하락에 시달릴 거야.

증시는 일단 적어도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 같아.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이면, 인공지능 장세를 주도한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설비투자를 재고하라는 압력이 시장에서 커질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어. 인공지능이 거품이냐, 그 거품이 터지냐 여부는 아마 빅테크 기업들이 그 설비투자를 지속할 수 있냐에 달린 것 같아.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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