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생겼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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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오피스] 평범한 청년의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중산층의 꿈" (글 : 권남표 노무사)

포기할 게 너무 많은 "N포세대"

대학교를 졸업하며 취업을 준비할 때 '삼포세대'란 말이 유행했다. 당시 필자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평범한 중산층 월급쟁이. 특별할 일 없고, 대단할 일 없이, 하루하루 평탄하고 평이하게 살아가는 그런 삶을 그렸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바랐던 삶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에서 정규직으로, 연 5천 이상의 연봉을 받고,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한두 개 가지고, 일 년에 한두 번쯤은 해외여행을 가고, 자기 집을 가지고 은퇴 이후를 위해 투자하는 삶일 텐데, 중산층 월급쟁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이면에는 풍요로운 삶을 꿈꿨던 거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중산층 월급쟁이'라는 쉬운 말의 이면에는 '모두 이 정도는 누려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탐욕이라 말하기엔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어야 할, '당연히 이 정도는 누려야지'란 삶의 기대를 내려둔 사회 구조의 변화는 마치 청년이 직접 포기한 것마냥, 삼포세대란 말로 나타났다.

구조적 문제를 희석시키고 낙담하고, 자조하는 삼포세대는 N포세대로 진화했다. 2011년도 등장한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는 곧바로 대중에 유행했고, 포기당할 것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당하며 오포세대라는 용어가 쓰였고, 꿈과 희망까지 포기당했다며 칠포세대라고 스스로를 칭하기까지 했다. 청년 세대가 직접 포기한 적이 있었는가 싶은데, 지나고 보니 포기했다고 말해지고 있었다.
 

청년 일자리 불안이 청년 빈곤으로...

청년의 문제를 진단하고자 청년재단은 2024년 '청년 정책·이슈 톺아보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생, 사회진입준비생, 직장인, 신혼부부 등 대상으로 청년 이슈를 파악하고자 했고, 결과는 지난 2월 28일에 발표했다.

전국 19~3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 청년이 꼽은 올해 가장 주요한 이슈는 '청년 경제생활 및 환경 여건 악화'(42.1%)였고, 그다음은 청년 주거 불안(23.1%), 사회 진출 지연 청년의 재도전(21.9%)으로 나타났다. 청년 경제생활 및 환경 여건 악화는 외환위기 이후 사그라질 틈이 없이 확대된 청년 실업과 청년 일자리 불안 그리고 청년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빈곤과 사회 양극화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청년의 빈곤에 정부는 대책으로 고용-창업 지원(고용장려금, 취업성공패키지 등), 주거 지원(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자금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이자 지원 사업 등), 자산 형성 지원(청년내일채움공제, 희망내일키움통장 등), 소득 금융 지원(청소년 한부모 자립 지원, 학자금대출 상환 부담 경감 등) 등의 여러 사업들을 제시하고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청년 빈곤이 나아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1' 보고서에서는 만 19~34세 4,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25~29세 1,503명의 연간 근로 및 사업 소득(평균)은 2,032만 원이었고, 30~34세 1,410명의 연간 근로 및 사업 소득(평균)은 2,847만 원이었다. 연령대별 주관적 빈곤 인식을 보면 만 25~29세의 경우 빈곤의 긍정 응답(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은 45.9%(5점 평균 3.36점)이었고, 만 30~34세의 긍정 응답은 40.8%(5점 평균 3.30점)로 나타났다.
 
 

'샘 올트먼 실험'이 뭐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 한 고생이 장래에 귀한 밑천이 될 거라는 말인데, 으리으리한 빌딩에 파견 나가서 또는 공장에 파견 나가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1년 계약하고 내년에도 일을 할지 불확실한 노동자, 되는 일 안 되는 일 가리지 않고 아파도 출근해 하루종일 일하는 자영업자, 생활비 걱정하며 공부하는 대학원생, 1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해서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노동자 등등 현생의 고달픔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사탕발림으로 읽힐 수 있는 옛말이다.

다만 비정규직이 없어지고, 소득이 안정되면 정말로 '젊어 고생을 사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관련해 현실 속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그중 소득 안정과 관련해 미국의 비영리기관 OpenResearch가 진행한 '보장 소득' 실험을 소개해 볼까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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