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키운 2박3일… 춤·연주로 하나 된 아이들
초·중학생 오케스트라·무용단
351명 평창서 합숙 후 공연
김보람·대니구 감독으로 지도
학창시절 경험 나누며 멘토링
학생들 “배울 점 많고 재밌어”
평창=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못한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요. 그건 사람들이 만든 개념이거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꿈의 예술단’ 초·중학생 351명의 눈이 말똥거렸다. 지난 7일 저녁 강원 평창군의 한 리조트 강당. 무대 위에 오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은 “춤은 기세이고, 어떻게 보면 쉬운 방법”이라며 이들을 격려했다. 그 옆에 앉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떨리지만, 행복하게 설레 정신없다”며 인사를 건넸다. 에드워드 엘가의 소품 ‘사랑의 인사’,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연주하며 입장한 그를 보며 꿈의 예술단의 오케스트라 학생 191명은 발을 구르며 박수를 쳤다. 무용단 학생 160명은 김보람과 함께 이곳을 찾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꿈의 예술단이 두 예술가와의 2박 3일간 캠프를 시작한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운영으로 예술교육 체계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은 이 예술단 오케스트라와 무용단이 첫 합동 캠프를 했다는 의미도 있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청소년층 범죄율을 현격히 낮춘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사례를 참고한 예술단이기도 하다. 김보람이 무용단, 대니 구가 오케스트라의 감독을 맡아 지난 9일 공동 공연까지 함께했다.
예술단 학생들은 평소 선망해 왔던 두 감독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김보람은 유튜브 5000만 조회 수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범 내려온다’ 안무를 가르쳐달라는 학생의 요청을 받고 대뜸 일어섰다. 그는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어렵다”며 양쪽 무릎을 번갈아 꺾으며 리듬을 타는 동작을 했다. 환호와 박수가 강당을 채웠고, 김보람의 동작을 따라 하려고 일어선 학생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예술단과의 떠들썩한 인사를 마친 직후 두 감독을 만났다. 캠프 현장이었지만, 두 감독이 공감을 보인 단어가 ‘혼자’였다는 데서 역설적이었다. 김보람은 “이 어린 친구들이 예술을 배우면서 앞으로 힘든 일을 겪게 돼 있다”며 “다만 이 캠프를 계기로 그런 일들을 넘어갈 힘을 기억한다면 가장 좋겠다”고 했다. 간단하든 아니든 그간 자신이 하지 못했거나 몰랐던 춤의 동작을 해낸 경험을 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는 ‘넘어갈 힘’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 더 사용했다. 김보람은 “연습 상황에서 아이들이 힘들어해도 한 번 더 시켜보고, 힘내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말하는 게 그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전남 완도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춤을 추기 위해 서울로 떠났던 그는 “문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니 구는 “팀으로 공연을 하더라도 자기가 풀어야 하는 숙제는 자기만 아니까”라며 동의를 표했다. 그는 “선생이 숙제 푸는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풀어내는 것은 자기 몫”이라며 “음악도 내가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 거울 앞에서 내가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대니 구에게는 캠프 경험이 각별했다. 그 자신이 취미 삼아 잡았던 바이올린을 본격 연주하기로 했던 계기가 고등학생 시절의 예술캠프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캠프에서 확 꽂혔고 그때부터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2주 동안 이뤄졌던 그 캠프 경험을 두고 대니 구는 “다른 친구들하고 함께 연주를 한 그때 음악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그런 힘이 와 닿았다”고 돌이켰다.
예술단 학생들은 두 감독의 말과 맞닿는 캠프 후기를 전했다. 경기 안양시 부안초 정승아(11) 양은 “무용을 배운 지 1년째인데 이번에 배운 춤은 더 색다르고 재미있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리시 갈매초 이태형(12) 군은 비올라 합주를 마치고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하고 함께 해보면서 배울 점이 훨씬 더 많겠다고 느꼈고 재미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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