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퀴어 비평’이냐고?… 문학의 핵심은 ‘자유’니까요”

신재우 기자 2024. 8. 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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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전승민(34)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2020년 대산대학문학상과 2021년 신춘문예를 통해 한국문학 비평장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뚝심 있게 퀴어 비평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고 최근 그가 펴낸 첫 평론집의 제목은 당연하게도 '퀴어 (포)에티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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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평론집 펴낸 전승민 평론가
“전형적 퀴어 얘기 많아졌지만
개별 존재에 관한 탐구 필요해
비평은 가장 적극적 읽기 행위
잠자리 눈처럼 여러 각도로 봐”
최근 자신의 첫 평론집 ‘퀴어 (포)에티카’를 출간한 전승민 평론가. 문호남 기자

왜 퀴어인가?

문학평론가 전승민(34)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2020년 대산대학문학상과 2021년 신춘문예를 통해 한국문학 비평장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뚝심 있게 퀴어 비평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고 최근 그가 펴낸 첫 평론집의 제목은 당연하게도 ‘퀴어 (포)에티카’가 됐다. 그에게 던질 첫 질문은 필연적으로 이것일 수밖에 없었다. 페미니즘, 탈자본주의, 탈식민주의 등 다양한 비평의 방법론 가운데에서도 왜 퀴어인가.

“‘퀴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단어 같지만 사실은 엄청 포괄적인 단어예요.” 최근 만난 전 평론가의 답변은 간단했다. 단순히 소수자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 퀴어적인 비평은 다름을 인정하고 자유로움 속을 유영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는 이를 선택한 것이다. “문학의 핵심은 자유인 것 같다”는 그는 “문학에는 아름다움도, 정치적인 것도, 윤리도 있지만 그중 가장 와 닿는 것은 자유로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퀴어 비평 속에서 전승민의 자유로움은 빛을 발한다. 오정희와 김멜라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수자 여성 인물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가 하면 김선오와 황인찬의 시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퀴어성으로 짚어내는 등 전부 그의 새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퀴어)은 곧 사랑”이고 이는 그가 신춘문예 당선 당시 소감에서 말했듯 “문학은 사랑”이라는 말로 수렴한다.

현재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평론가 중 하나지만 전승민의 시작은 남들보다 늦었다. 건강 문제로 28세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다시 들어갔고 교수의 권유로 우연히 평론을 시작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듯 평론과 공부를 시작했다”며 “오히려 사전 지식이 없어서 무서운 줄 몰랐다”고 했다. 책을 통해 “비평은 쓰기가 아닌 가장 적극적인 읽는 행위”라고 밝힌 그는 ‘잠자리의 눈’에 비유하며 비평에 대해 설명했다. “잠자리의 눈은 겹눈이잖아요. 하나의 사물을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여러 각도와 범위로 바라보는 작업이 비평 같아요.”

퀴어 비평과 함께 퀴어 문학도 성장했지만, 주류가 됐다는 시각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그는 “퀴어에 대한 전형적인 이야기는 많아졌지만 이제는 개별적인 존재에 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작품 속 인물이 여성이나 퀴어나 장애인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며 퀴어의 ‘존재론’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비평 작업에 대해 말했다.

한편, 전승민은 평론가로서 최근 벌어진 정지돈 작가의 과거 연인과의 사생활 ‘무단 인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김봉곤 작가부터 시작해서 이번 정 작가의 사건까지 ‘무단 인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저는 이해가 안 돼요. 문학 자체가 인용의 세계이고 문학과 현실 세계의 윤리는 다르잖아요. 현실의 윤리로 문학을 검열하는 게 과연 좋을까요?”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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