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코인 놀이터?"… '어베일 코인' 무엇이 문제
해외 거래소에서는 200원대 거래돼
"피해자는 국내 투자자들…법인·외국인 수요 터줘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어베일(AVAIL) 코인이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직후 폭락하면서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가운데 한국이 외국인 투기 세력의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국내 개인 투자자(코인러)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12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와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 등은 어베일 코인의 이상거래에 대해 빗썸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빗썸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며,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 조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
어베일 코인 뭐길래
200원대 머물던 가격은 상장 직후 15분여 만에 3500원까지 폭등했다. 1383%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기록적인 상승세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폭등한 다음 날 오후 3시께 어베일 코인은 200원 후반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세조종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통상 신규 상장 코인의 세레모니 격인 '상장빔(상장 후 급등)'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상장 코인이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빔을 쏠 때는 해외 거래소에서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치솟는다.
실제로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알트만이 만든 '월드코인(WLD)'은 지난해 7월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빔을 동시에 연출했다. 당시 월드코인은 신규 상장된 직후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1333%,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에서 1941% 각각 급등했다.
하지만 어베일의 경우는 다르다. 어베일이 빗썸에서 3500원까지 급등할 당시 글로벌 거래소 후오비와 게이트아이오 등에서는 200원 초반대를 기록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무려 16배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어베일은 글로벌 시가총액 6조원에 달하는 폴리곤(시총 21위)을 개발한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가상자산이다. 메인넷 출시 이전부터 아비트럼(ARB), 옵티미즘(OP), 폴리곤(MATIC), 지케이싱크(ZKSYNC), 스타크웨어(STRK) 등 프로젝트 50여 곳과 협업하며 주목을 받았다.
어베일 논란 왜 일어났나
A씨가 당시 글을 통해 외국인으로부터 모은 어베일은 총 124만1850개(약42억원)로 알려졌다. 빗썸에서 상장 첫날 유통된 어베일 물량(155만개)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물량을 외국인을 통해 공급받은 셈이다.
가상자산은 은행을 통해서만 송금이 가능한 외환과 달리 일종의 전자지갑(월렛)만 있으면 이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외국인 거래가 법인 거래와 함께 금지돼 있다. A씨는 SNS를 통한 모금에서 월렛 총 119개로부터 어베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119명의 외국인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A씨를 통해 어베일을 차명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가 어베일 대리 거래로 거둔 수익은 최대 36억원이다.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저렴하게 확보한 어베일을 국내 거래소 고점에서(3500원)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긴 뒤, 저점(284원)에서 어베일을 다시 사들여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수량으로 돌려주고 이 과정에서 챙긴 수수료 몫이다.
A씨는 처음에 모금한 어베일의 2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복수의 월렛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동성이 풍부한 것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일 수 있지만, 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는 어베일 사태 이후 SNS에 '한국 사랑해요'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코인러"…대책 있나
전문가들은 법인 및 외국인 투자의 허용과 거래소와 당국 간 공조 확대 등을 방지책으로 제시했다.
우선 법인과 외국인의 거래 수요를 터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당 수요를 차단함으로써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 세력에 더 취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관계자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상 급등락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거래자인 법인(기관 포함)의 참여가 금지돼 있고, 표면상으로는 내국인 개인들만이 시장에 무제한으로 참여할 수 있게 허용됐기 때문"이라며 "이는 어베일 코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 전반에 적용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불공정거래나 자금세탁 등의 악의적 행위는 철저히 차단하되, 법인과 외국인의 거래 같은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거래 행위는 막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원천 차단하니 법이 불비된 영역에서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행위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간한 '기관투자자가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시장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거래 보고 의무가 있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당국 간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거래소가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급등락하는 이상거래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에서다.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경우를 금융위·금감원 등에 통보해야 한다.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거나 금융위가 정해 고시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후 금융위·금감원 등에게 보고해야한다.
만약 이상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거나 통보하지 않았다면 가상자산법 제22조에 따라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빗썸 관계자는 "어베일 코인 때문이 아니라 법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썸은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를 출범한 바 있다. 이재원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최희경 준법감시인 ▲장두식 시장감시실장 ▲박중구 투자자보호실장 ▲서승원 법무실장 등이 포함됐다. 외부 전문가로는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초빙했다.
빗썸 시감위는 가상자산 이상거래 관련 정책 수립과 이상거래 심리 결과 심의, 관련자 제한조치 결정, 불공정 거래 행위 관련 기관 협조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법에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다. 불공정 거래 사실이 적발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만약 불공정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4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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