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건설그룹, ‘일감 몰아주기 1위 대기업’ 불명예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대방건설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비중 1위 대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전량에 가까운 매출을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한 결과다. 대방건설그룹의 내부거래는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이슈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수혜 회사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이기 때문이다.
대방건설의 모태는 1991년 구교운 대방건설그룹 회장이 설립한 광재건설(현 대방건설)이다. 이후 대방건설은 계속 사세를 확장했다. 그 결과, 2021년 재계 순위 60위권에 진입했다. 같은 해 자산 5조원을 돌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식적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따르는 각종 규제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대방건설그룹은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중심에는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이 있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2조4671억원 중 49.8%에 해당하는 1조2154억원의 매출을 올린 핵심 계열사다.
대방건설은 주택 브랜드 '디에트르'를 보유한 시공능력평가순위 14위 건설사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내부거래는 전무했다. 대방건설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구교운 대방건설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09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중 96.1%가 내부거래
대방건설이 처음 내부거래를 시작한 시기는 2011년이다. 당시 대방산업개발로부터 66억원 규모의 일감을 받았다. 전체 매출 2602억원의 2.5%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전체 매출 1832억원 중 456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리면서 내부거래 비중은 24.9%로 급등했다.
이후 20%대를 유지하던 대방건설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46.4%(전체 매출 6449억원-내부거래액 2995억원)로 더 높아졌고, 2년 후인 2018년에는 83.3%(8191억원-6821억원)에 달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 8570억원 중 96.1%에 해당하는 8231억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사실상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매출을 의존하는 셈이다.
대방건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수혜는 오너 일가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구조다. 구찬우 사장(71%)과 동생 구수진씨의 남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사장(29%)이 대방건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방건설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배당한 약 416억원은 모두 구 사장과 윤 사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아파트 브랜드 '대방 엘리움'을 보유한 대방산업개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6년까지 100억원 미만을 유지해 오다 2017년 171억원, 2018년 233억원, 2019년 62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대 들어서도 대방산업개발의 일감 몰아주기 규모는 계속 늘어났다. 실제 이 회사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는 2020년 82.46%(749억원-618억원), 2021년 68.75%(2473억원-1700억원), 2022년 75.86%(4084억원-3098억원), 지난해 65.02%(3584억원-2330억원) 등이었다. 대방산업개발 역시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이 모두 오너 일가에 흘러가는 구조다. 구 회장의 딸 구수진씨와 인척 김보희씨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수전·도기 판매업체인 지유인터내셔날과 경비용역 및 건물관리업체인 대덕하우징씨스템도 사익편취가 의심되는 오너 일가 회사였다. 대덕하우징씨스템은 구현우·구충남·구영미·구현주·조호씨 등 구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다. 지유인터내셔날은 구현주씨의 지분 100% 개인회사였다.
대덕하우징시스템과 지유인터내셔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 각각 37.72%(81억원-30억원)와 50.12%(3억9100만원-1억9600만원)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2021년부터 사실상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점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벌떼입찰용 계열사 '수두룩'
대방건설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은 대기업이기도 하다. 2021년 말 오너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더해 그 자회사(지분 50% 이상)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는 취지로 강화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결과다.
이로 인해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계열사들은 대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방건설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는 총 42개사였다.
다만 이런 기형적 구조는 '일감 몰아주기용'이 아닌 '벌떼입찰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벌떼입찰은 한 회사당 하나의 입찰권만 행사한다는 원칙을 피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위장 계열사를 입찰에 대거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대방건설의 벌떼입찰 의혹은 2022년 국정감사에서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추첨 방식 공공택지 당첨 모기업 상위 10개사' 자료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전국 191개 공공택지 중 21개를 낙찰받았다. 디비건설, 대방하우징, 대방개발기업, 엔비건설, 엘리움건설 등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수주전에 동원한 결과였다.
대방건설은 2021년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사에서 벌떼입찰이 적발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벌떼입찰은 대방건설이 성장세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한 배경"이라며 "국토부가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한 1개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하는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로선 벌떼입찰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