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국 축하곡 만들면 민족반역자인가"…논란의 독립기념관장

유영규 기자 2024. 8. 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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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 중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뉴라이트 인사'라고 반발한 반면, 김 관장은 12일 회견을 자청해 이를 부인하면서 과거 그가 어떤 주장을 폈기에 논란이 되는지 관심입니다.

김 관장은 2020년 8월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한 '김원웅 광복회장에게 드리는 공개 질의서'라는 게시글에서 친일 논란이 있는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적극 옹호했습니다.

그는 "음악가가 일본의 위성국인 만주국 건국을 축하하는 곡을 작곡하고 지휘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족반역자가 되는가"라며 "그런 판단이면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을 비롯,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지식인은 모두 민족반역자인가"라고 밝혔습니다.

김 관장은 2020년 7월 작성한 '백선엽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글에서는 '간도특설대와 관련해 백선엽의 친일반민족 행적을 주장하는 어디에서도 조선인 독립군과 싸웠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썼습니다.

이어 "그가 간도특설대에 복무하던 시절에 조선인 172명을 토벌했다거나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근거를 확인해보면 모두 간도특설대의 만행을 고발한 것이지, 백선엽이 관여됐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붙여진 친일반민족행위자란 주홍 글씨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 관장은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를 하면서 조선인 독립운동가를 토벌한 것은 학문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은 언론 통화에서 "간도특설대는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독립군 활동을 탄압하도록 조직된 특수부대"라며 "거기서 활동했던 백선엽을 옹호하는 것은 독립기념관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도 통화에서 "백선엽은 (자신의) 친일 행위를 인정했고, 안익태가 친일 행위를 한 것도 분명하다"며 "이를 부정하고 별것 아니라 하는 분이 독립기념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김형석 관장도 회견에서 과거 자신의 이런 주장이 독립기념관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지난주까지는 독립기념관장이 아니었고, (당시) 학자로서 내 소신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며 "관장으로서 입장을 표명할 때는 다른 판단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날 회견에서도 일제 강점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 관장은 최근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의 관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 시절 우리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 의사와 상관 없이 한일합방을 한 순간부터 일본 국적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병률 교수는 "일제가 해외로 이주해 독립운동하던 분들을 탄압하고 잡아들일 때 내세웠던 논리가 '너희들은 일본시민'이다"라며 "해외에서 독립운동 하던 분들을 고려하면 독립기념관장으로서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광복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일제강점기 일본의 국권 침탈은 불법·무효'라는 입장을 뒤엎어 식민 지배 합법화를 꾀하는 일련의 지식인이나 단체가 뉴라이트"라며 김 관장을 규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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