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끝나지 않는 악몽…왜?

이경남 2024. 8.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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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대형사고만 6건…올해 2건 적발
당국 경고·내부 시스템 개선도 '무용지물'
내부 보신주의·계파갈등 원인 지목도

우리금융지주가 좀처럼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는가하면 올해에만 벌써 2건이나 적발되며 금융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이은 사고에 '엄포'를 놨지만 소용 없었다. 우리금융이 스스로 방지책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직원들 역시 연이은 대형 사고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결국 우리금융이 더욱 강도높은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데 단순히 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그룹 내 기업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우리금융 안팎에서 나온다.

끝나지 않는 우리금융의 악몽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들을 종합해보면 가장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고는 2017년 적발됐던 채용비리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이 국정원, 금융감독원, 공무원 등의 자녀를 추천해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일로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장이 사임했다. 채용비리 파장은 금융당국을 포함한 전 금융권으로 번졌다. 

이후 2019년에는 DLF(파생결합증권)사태와 라임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우리은행에서는 당시 DLF를 1200억원 가량 판매했는데 상당수가 불완전판매였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라임펀드 역시 부실의 위험성을 감지했지만 판매를 강행했다. 이 일로 우리은행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았고, 당시 은행을 이끌었던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DLF와 라임사태가 얼추 마무리된 사이 또 사고가 터졌다. 697억원에 해당하는 횡령이 있었던게 지난 2022년 적발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8차례에 걸쳐 7년간 '거액'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다. 횡령한 범인은 징역 15년에 처해졌고 관련 임직원들에게도 징계가 내려졌다. 

사고는 올해에도 터졌다. 올해 6월 '대리'급 행원이 179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충격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지난 11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들에게 부당 대출을 했다는 검사 결과를 내놨다. 이 중 일부 대출은 부실한 심사와 사후관리로 연체가 발생했다.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미다.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굵직한 사고'만' 6건이 발생했고, 올해에 적발된 건만 2건이나 된다.

재발방지 강조…무용지물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강력한 방지책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CEO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여 CEO들에게 책임감 있는 경영을 주문했지만, 정작 징계를 받은 일부 CEO들이 불복하면서 되레 금감원의 체면을 구겼다. 

이후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키로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이다. 그 사이 발생한 사고는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우리은행도 연이은 금융사고를 반성하고 재발을 막고자 강력한 '방지책'을 만들었다. 영업조직 내 내부통제 전담인력 배치, 전 직원에 대한 내부통제 업무경력 확보 등이 담겼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올해 발생한 횡령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은 해당 방안이 마련된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은행 측은 올해 있었던 횡령과 부당대출 모두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통해 적발했다고 해명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작동했기 때문에 적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발생한 사고가 조직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직원의 일탈과 개인적인 욕심에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토로도 나온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하면서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유독 대형사고 되풀이 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연이어 굵직한 사고가 터지자 "자괴감이 든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업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경영진들도 이를 강조하는데, 우리금융의 신뢰는 바닥을 찍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일부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는 직원들은 자괴감까지 든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늘 '메인'에 우리금융이 서 있는 이유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그룹 내의 보신주의, 계파갈등 등으로 선진 기업 문화를 갖추기 어려운 부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금융 내에 계파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출신은행의 승진 등을 독려하기 위해 과도한 영업, 혹은 사고가 터져도 무마에 바쁜 '내식구 감싸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조직문화가 오랫 동안 공적자금이 투입된 정부은행으로 보신주의 등이 만연하면서 더욱 심화해 왔다는게 우리은행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스템 개선, 규정 강화 뿐만 아니라 조직원들 전체의 인식을 바꿔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시기"라고 꼬집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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