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금리 수수께끼

한겨레 2024. 8.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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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4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한때는 0.8%를 밑돌기도 했다(일본의 경우 금리의 절대 수치가 낮기 때문에 0.1%포인트는 매우 큰 폭의 움직임이다).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제대로 상승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금리 수수께끼'(conundrum)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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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공동락의 경제스토리
지난 6일 일본 닛케이지수 전광판.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4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기존 0.0~0.1%였던 정책 금리는 0.25%로 끌어올리고,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도 2026년 1분기까지는 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결정이 이뤄진 금융정책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인상의 시기에 대한 혼선이 상당했다. 대다수는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곧바로 열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한 이후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던 터다.

결정 이후 기자회견 역시도 정책금리 인상의 연장선과 같은 긴장감이 유지됐다. 우에다 총재는 “필요하다면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라며 “0.50%를 상한선으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금리 결정 외에도 일련의 후속 행보들 역시 모두 매파적이었다. 모든 결정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조처들이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 시장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은 모두 갖춰진 셈이다.

그런데 일본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일본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인 일본 국채(JGB) 10년물 금리는 정책금리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한때 1.1%를 웃돌기도 했으나 현재는 0.8%대로 낮아졌다. 한때는 0.8%를 밑돌기도 했다(일본의 경우 금리의 절대 수치가 낮기 때문에 0.1%포인트는 매우 큰 폭의 움직임이다).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제대로 상승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금리 수수께끼’(conundrum)가 발생한 것이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서로 방향을 달리한 이유는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이 지닌 매우 큰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다. 워낙 장기에 걸쳐 낮은 금리를 유지했던 터라 저금리로 엔화를 차입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양하게 투자됐던 자금(엔캐리 트레이드)이 일본은행의 강력했던 인상 의지 표명으로 본국으로 복귀하려는 수요가 일거에 집중됐고, 그 과정에서 몰린 자금들이 외환시장을 통해 급속히 엔화 강세를 이끈 것이다.

더구나 글로벌 주요 국가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일본과 조만간 피벗(정책 전환, 여기서는 금리 인하)이 예상되는 미국 간의 금리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엔캐리 청산 압력을 더욱 가속화했다.

엔화의 가파른 강세 전환은 주식에도, 그리고 채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수출과 실적을 다져온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주가 급락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및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됨에 따라 국채 금리가 하락(국채 가격 상승)한 것이다. 우에다 총재의 강력했던 발언과 달리 다음 인상은 단기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금리 수수께끼 :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가 따라서 오르지 않는 현상. 2005년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채권시장에서 지금 예기치 못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수수께끼(conundrum)와 같다”고 언급한 것에서 유래.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채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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