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눈빛에 울컥"…초상화로 그려낸 위안부 피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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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속 눈을 마주치기 힘드네요. 울컥합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9명(국내 피해자 34명·해외 피해자 5명)의 초상화가 내걸렸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눈빛에 담긴 설움에 울컥했다. 이들을 돌보지 않고 희생시킨 국가를 향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다시는 불행했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피해자들을 깊이 기억할 수 있는 단단한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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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초상화 39점 전시…광주·전남 출신 피해자 7명도
7회 위안부 기림의 날 앞두고 "피해자 애도·역사적 각성"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초상화 속 눈을 마주치기 힘드네요. 울컥합니다."
제7회 위안부 기림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3층 시민갤러리.
이인혜 작가의 '기억의 방, 일본군 위안부 39인의 초상'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우수에 찬 얼굴로 벽면에 걸린 초상화들을 바라봤다.
초상화에는 세상을 이미 떠났거나 드물게 생존해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이 담겼다. 환하거나 옅은 미소, 무표정, 슬픔과 우울 등 감정이 거칠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초상화 속 빛나는 안광 너머가 까마득하다며 한숨을 쉬는 시민도 적잖았다. 눈빛에서 생기가 아닌 처연함과 애잔함이 전해진다며 가슴을 두드리기도 했다.
누군가 땅이 꺼져라 내몰아 쉬는 한숨은 전시장을 돌며 공기를 더욱 짙고 무겁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9명(국내 피해자 34명·해외 피해자 5명)의 초상화가 내걸렸다. 이들 중 현재 생존자는 고작 3명에 불과하다. 39명 중 7명은 광주·전남이 고향인 피해자들이다.
당초 피해자 38명의 초상화로 전시회를 꾸려온 이 작가는 이번 광주 전시회에 2019년 숨진 전남 담양 출신 고(故) 곽예남 할머니의 초상화를 더했다.
1925년 담양에서 태어난 곽 할머니는 19살 때인 1944년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일본 순경의 말에 속아 중국의 한 종군위안소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돌아올 기회가 있었으나 '광주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광저우로 보내달라'로 잘못 이해한 중국측 관리로 인해 60여년 동안 중국을 떠돌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곽 할머니는 지난 2004년 한 방송사 공익 예능프로그램과 한국정신대연구소의 도움으로 귀국했다.
이후 담양에서 지내오던 곽 할머니는 2015년 12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3년 이상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숨졌다.
곽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죄와 배상이었다.
이 작가는 곽 할머니가 남긴 생전 사진을 한 달 동안 바라보고 또 대화하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생전 사진에서 흡사 투사와 같은 면모가 느껴졌다는 점에 곽 할머니의 초상화는 전시회 주제 글귀 바로 옆에 대표 작품으로 전시됐다.
작가가 의도한 '피해자 애도'와 '역사적 각성'에 시민들은 공감하면서 일본 정부를 향한 사죄를 재차 촉구했다.
김성진(31)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내용은 널리 알려졌지만 지역에는 어느 분이 피해를 겪으셨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시회를 통해 지역 출신 피해자들의 존재를 깨닫고 또 되뇌이게 됐다"며 "있던 일을 모두 없던 일처럼 만드는 일본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대한민국 정부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눈빛에 담긴 설움에 울컥했다. 이들을 돌보지 않고 희생시킨 국가를 향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다시는 불행했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피해자들을 깊이 기억할 수 있는 단단한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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