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팔아요"…중고차 딜러도 포기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후 메르세데스-벤츠 EQE 매물 급증

하부 감식 중인 벤츠 전기차 EQE. 해당 차종에서 시작된 불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번지며 큰 피해를 낳았다 /사진=뉴스1

"EQE 매물이 확 늘었어요"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중고 전기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차종의 중고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13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발생한 인천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매매 문의가 급증했다. 중고차업체 케이카(K Car)가 청라 벤츠 사고 이후부터 지난 7일까지 '내차팔기' 서비스를 통해 접수한 전기차 매도 희망 물량은 직전 일주일(7월25~31일)과 비교해 무려 184% 뛰었다. 특히 EQE 시리즈는 직전주엔 매물이 없다가 사고 이후 매물이 늘어 전체 전기차 물량의 10%가량 차지했다고 한다.

중고차 사이트 '엔카'에서도 EQE 매물 등록은 사고 이후 갑자기 늘었고 가격도 떨어졌다. 12일 기준 EQE는 109대가 등록됐는데 이 중 100대가 지난 5일 이후 등록됐다. 6000만~7000만원대 시세를 형성했지만 사고 이후 6000만원 이하 매물에 이어 5900만원짜리 제조사 인증중고차도 등장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의 8월 중고차 시세표를 보면 지난 7월과 비교해 하이브리드는 보합세, 전기차는 하락세다. 연합회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은 큰 폭의 폭락은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타던 전기차를 팔려는 소비자가 많지만 중고차 매매상사들은 주차장 화재 우려로 전기차 매입을 꺼리고 있다. 야외 주차장에 세워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매매단지 건물 내에 빽빽히 주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불이 나면 다른 상사의 재산에도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과거 매매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차장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자 현대차 10종, 제네시스 3종 등 총 13개 모델의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이 중 코나 일렉트릭만 중국 제조사 CATL 배터리를 썼고 나머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업체 제품을 썼다.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EQE 차종은 '패러시스'(farasis)라는 중국 제조사로부터 납품 받은 셀을 벤츠 자회사 '도이치 어큐모티브'가 패키지화 한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전 세계 여러 파트너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며 "당사는 모든 구성 부품에 대해 최고 수준의 품질 기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조사 과정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 관계 등의 이유로 인해 공급업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은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