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제부가 연결 고리...트럼프 지운 ‘팀 오바마의 귀환’
⑨ 2008년 오바마 팀의 복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사퇴가 ‘총 맞은 트럼프’를 압도했다. 미국 대선 선거판의 헤드라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사라졌다. 트럼프가 정치판에 뛰어든 2016년 이후 정치 뉴스에서 트럼프가 뒤로 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물려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다리고 있었던 듯 빠르고 원활하게 민주당을 단결시켰다. 부통령 러닝메이트 지명을 둘러싸고 쏠린 언론의 초점도 놓치지 않았다. 총 맞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치른 전당대회 효과를 가지고 선거운동의 바람몰이를 하려던 트럼프는 제대로 출발도 못 했다. 지금 모든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은 ‘카멀라 해리스’다.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한 이후 보름 넘게 선거판 뉴스의 초점은 해리스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진보주의자를 선택할 것인가, 실용주의자를 선택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모든 언론의 주요 뉴스는 해리스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3주 동안 미국 정치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7월21일(현지시각) 일요일 오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델라웨어 러호버스에 있는 별장에서 격리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알리는 글을 엑스(X)에 올렸다. 오후 1시46분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애니타 던이 그 일을 맡았다. 처참하게 실패한 트럼프와의 첫번째 텔레비전 토론 이후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당내외 여론에 버티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막 끝나고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에 트럼프 기사가 넘치려는 순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선언은 선거판에서 트럼프 뉴스를 지워버렸다. 트럼프가 총을 맞은 일도, 그의 러닝메이트가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라는 뉴스도 완벽하게 실종되었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 시점이 공화당의 컨벤션 효과를 차단하려는 각본에 의한 연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알려진 바로는 바이든 대통령은 토요일인 전날 오후에 측근들과 가족들에게 사퇴의 뜻을 밝혔고, 당일 오전에 보좌관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연설문 작성자인 마이크 도닐런이 사퇴의 글을 썼다. 후보 사퇴를 결심하고 이를 알리는 대통령의 곁에는 대통령을 그림자 수행 해온 스티븐 리셰티와 도닐런이 있었다. 후계에 관해서는 자유경쟁이 아니고, 부통령이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 당의 분열을 방지하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선언과 동시에 부통령인 해리스가 자신을 대신해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혔다. 그리고 약 한시간 뒤에 그는 직접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직을 붙들고 당의 균열을 막으라”고 했다.
대통령의 전화를 숨죽이며 기다리는 해리스 부통령의 옆에는 딱 한사람, 그녀의 제부인 토니 웨스트가 자리를 지켰다. 후보직을 물려받자마자 해리스는 곧바로 델라웨어 윌밍턴의 선거운동본부로 향했고, 웨스트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압박해온 풀뿌리 단체들은 뉴스를 접하자마자 행동에 돌입했다. 시민사회의 풀뿌리 조직들로부터 해리스를 지지하는 성명이 쏟아졌다. 하루 만에 8천만달러가 넘는 거액이 풀뿌리 조직의 지지자들로부터 모금되었다. 이와 별도로 웨스트가 준비해 온 실리콘벨리의 100여명 부자들이 해리스를 위한 수퍼팩(정치활동위원회)에 수천만 달러를 입금하면서 해리스 지지 성명을 냈다. 후보직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민주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당의 균열을 예고하는 권력투쟁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의 변두리 지역을 담당하는 검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지방 검사장과 샌프란시스코의 공권력 수장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연방 상원의원, 부통령까지 한발 한발 올라왔고, 마침내 미국 대통령 후보에 올라섰다. 권력을 향한 숨 가쁜 여정이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엔 범죄에 대해 지나친 강력 수사를 강조해 캘리포니아 진보 활동가들에겐 인기가 바닥이었다. 그래서 2020년에 시민사회의 진보 세력이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고, 현재 로스앤젤레스 시장인 캐런 배스를 부통령 후보로 적극 밀었다. 해리스의 제부인 웨스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 밑에서 차관을 지냈다. 그는 해리스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이를 오가며 해리스의 최측근 역할을 하고 있다. 웨스트는 우버 부사장으로 있다가 처형의 선거를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나서 해리스를 그림자 수행 하고 있다. ‘2008년 오바마 팀’의 복귀는 오바마를 설득한 웨스트의 작품이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예상했다는 듯이 오바마의 움직임이 치밀했다. 2008년 흑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두명의 데이비드(캠페인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플러프와 캠페인 전략을 지휘한 데이비드 액설로드)를 불렀다. 이번 목표는 흑인 여성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2008년 선거팀이 트럼프를 이기는 일에 다시 나설 것을 설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델라웨어 윌밍턴에 있는 선거운동본부를 직접 찾아가 바이든 팀을 이끌어온 젠 오맬리 딜런에게 계속해서 캠페인 전체를 총괄 지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리스의 요청과 오바마의 설득으로 플러프(2008년 캠페인 매니저), 스테퍼니 커터(메시지 전략), 미치 스튜어트(풀뿌리 조직 전략)가 윌밍턴에 합류했다. 2008년 오바마 선거팀이 해리스 선거팀으로 전격 복귀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공개적으로 해리스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8월6일 필라델피아에서 본인이 직접 소개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지했다.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할 곳이 필라델피아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다. 20여명의 러닝메이트 후보를 먼저 7명으로 줄였고, 마지막에는 3명으로 압축했다. 2020년에도 그랬듯이 백악관의 균형이 중요했다. 캘리포니아 해안 출신의 남아시아계 흑인 여성과의 균형을 고려하면 최종 후보자는 내륙 출신의 백인 남성이다. 당내 진보주의자들은 서민적인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의 진보적인 업적에 줄을 섰고, 실용주의자들은 오바마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를 밀어 올렸다.
해리스와 그녀의 고문들은 월즈의 알려지지 않은 업적이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의 부동층에 잠재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셔피로보다는 서민적이고 평범한 이미지의 월즈를 지명했다. 월즈는 육군 방위군에서 복무한 베테랑(퇴역 군인)이자 고등학교 사회 교사, 축구 코치였고, 사냥을 즐겼던 총기 소지자였지만 총기 규제를 강화했고, 트럼프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6선의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미네소타주에서 재선된 주지사다.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공립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했으며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시민의 편에 굳건히 섰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서민 위주의 정책을 폈기 때문에 진보주의자로 분류되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정책을 폈다. 해리스와의 최종 면접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인 셔피로는 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한 반면 월즈는 트럼프를 이기는 일이 아니면 자신을 지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해리스는 같은 1964년생 동갑내기인 월즈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이제 해리스-월즈 팀이 90일간의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8월6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2만여 군중이 운집했다. 템플대 체육관이 모자라 학교 강당을 두곳 더 열었다. 그 전까지 허술하고 산만했던 바이든 캠페인과 대조적으로 조직적이었고 활력이 느껴졌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끊임없이 폄하하고 비열하게 분노하는 극단적인 모습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낙관주의와 희망을 보여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의 강렬함과 월즈의 진정성이 드러났다. 보통 일년 이상 걸려 만들어내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해리스팀은 열흘 만에 꾸려냈다. 미국 민주당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복귀를 우려하는 이들이, 안도하고 있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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