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태 1년, 차라리 청보리밭이었다면 [시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늘 한 뼘 없는 한낮의 땡볕은 그대로였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은 여전히 끈적였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건 끝없이 무성한 잡초뿐.
진흙탕 대신 단단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점만 달라진, 1년 전 158개국 4만3000명이 다녀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의 현재 모습이었다.
잼버리가 끝나고 1년이 지난 8월6일.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늘 한 뼘 없는 한낮의 땡볕은 그대로였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은 여전히 끈적였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건 끝없이 무성한 잡초뿐. 진흙탕 대신 단단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점만 달라진, 1년 전 158개국 4만3000명이 다녀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의 현재 모습이었다.
2023년 8월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시작과 동시에 무더위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부족한 시설과 위생 문제로 쏟아지는 비판에 조직위를 대신해 정부가 직접 나섰지만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온열질환자만 하루 1000명이 넘어가고 태풍 카눈까지 북상하자 정부는 대회 시작 일주일 만에 야영지 조기 철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적으로는 9조8016억원, 전북도에는 5조5318억원의 경제효과를 줄 것이라던 잼버리 이벤트는 대회 일주일 만에 온갖 난맥상을 드러냈다. 부실에 따른 책임 공방은 결국 전북도와 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감사가 시작된 지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중간 단계인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감사 결과 최종 발표 시기는 미정이다.
잼버리가 끝나고 1년이 지난 8월6일. 〈시사IN〉 취재진이 다시 찾은 전북 부안에서 휴가철을 맞아 잼버리 쉼터를 찾은 관광객들을 만났다. 군산에 사는 친척과 함께 온 김 아무개씨는 “처음에 보고 여기가 청보리밭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게 다 잡초”라는 친척의 설명에 그는 이어 말했다. “아쉽네, 차라리 이게 다 청보리라면 좋을 텐데…. 잼버리다 뭐다 해서 그 난리를 치더니 잡초만 남았네. 그나마 그 더위에 그 큰 행사에서 사람 안 죽은 게 다행이지. 기자님, 안 그래요?”
부안·이명익 기자 sajinin@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