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적 숨은 동력…안방 같은 환경서 든든한 밥심을 [올림픽 결산⑦]
'채식 위주'의 선수촌 식단 대신 한식 지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선수들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다. 뒤에서 도와주시고 신경 써주신 수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역대급 성과를 낸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의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있는 소금 같던 도움을 잊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파리 올림픽의 대단한 성과는 선수들이 200%의 힘을 쥐어짜내 준 덕분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배경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사전 캠프와 급식지원센터를 아우르는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은 이번 대회를 빛낸 최고의 조력자였다.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과 함께 역대 최고다.
총 메달 32개도 지금껏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한 1988 서울 올림픽의 33개(금 12·은 10·동 11)보다 한 개가 부족하다. 홈 이점도 없고, 21개 종목 144명으로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선수단 규모가 최소였던 걸 감안하면 성과는 더 크게 느껴진다.
당초 내걸었던 '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라는 목표를 훨씬 뛰어넘었다. 대회가 임박할수록 선수단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는데, 그 시점은 프랑스에 입성한 뒤부터였다. 대한체육회가 30억 원 이상을 투자, 야심차게 준비한 사전 캠프가 빛을 본 것.
한국 선수단이 2021년 개최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종합 순위 16위로 최악의 부진을 겪자 위기의식을 느낀 대한체육회는 파리 올림픽을 대비하면서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사전 캠프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파리 대회 개막 2년 전부터 훈련 전초기지 부지를 물색한 끝에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을 마련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구현해 선수들의 현지 적응과 컨디션 관리를 도왔다. 파리 선수촌에서는 훈련 시간이 하루 2시간으로 제한돼 선수들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는데,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는 마음껏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
우리 선수단의 준비 과정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더 컸다. 대표적인 것이 배드민턴의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훈련 중 발목을 다쳤는데, 여자 단식 결승이 끝날 때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 선수촌에서만 훈련할 경우 훈련 시간이 부족한 데다 우리의 전력이 다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전 캠프 운영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전 캠프에서 시차와 현지 적응을 마친 선수들은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경기 일정에 임박해 올림픽 선수촌으로 입촌했고, 차분한 준비 끝에 좋은 결과를 냈다.
사전 캠프 효과를 직접 피부로 느낀 선수들은 엄지를 들었다.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을 딴 양지인은 "사전 캠프에서 훈련하며 현지 적응과 컨디션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 지원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밥심'이 발휘된 대회이기도 하다.
미식의 나라를 자부하는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으로 꼽힌 것은 '음식'이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채식 위주로 선수촌 식단을 짜면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식사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민감한 부분인데, 적어도 한국 선수단은 밥걱정하지 않았다.
급식지원센터에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넘어온 15명의 조리 인력이 대회 폐회일까지 선수들의 식사를 위해 한식, 간편식, 영양식 등 종목별 맞춤형 도시락을 만들었다. 나아가 점심과 저녁, 하루 두 차례에 걸쳐 퐁텐블로에서 차로 1시간 반 떨어진 올림픽 선수촌까지 배송했다.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한 인원들은 "조금이라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열과 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선수들도 그 노고에 감사함을 표했다. 펜싱 사브르 단체전 3연패에 힘을 보탠 도경동은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선수촌 식당에 가봤더니 (고기도 없고 채식 위주라) 입맛에 안 맞았다. 영양사님과 조리사님께서 만들어주신 도시락 덕분에 힘낼 수 있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금메달 딸 힘도 못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이 사전 캠프와 급식지원센터 효과를 톡톡히 보자, 체육계도 활짝 웃었다. 장재근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선수들이 사전 캠프와 한식 도시락에 만족감을 표했다"며 "이번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이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던 원동력의 70~80%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 올림픽은 202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파리만큼이나 먼 LA다. 특히 시차는 16시간이 늦어 파리보다 현지 적응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LA 올림픽에서도 사전 캠프와 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LA 올림픽 때도 사전 캠프와 급식지원센터를 반드시 운영할 계획"이라며 "전략적으로도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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