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정신과 의사 중 누가 ‘굿 닥터’일까?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계속 악화되면서 정신과 의원들이 급증하고 호황을 누리는 곳도 많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떤 의사가 ‘굿 닥터’인지 잘 몰라 궁금해한다.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우리나라 근골격계 질환의 대표적 명의로 꼽히는 이유는 본인 스스로 장기간 허리디스크로 고생한 터라 수많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임상경험과 결합해 매우 실효적인 ‘정선근식’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그이기에 기존 이론이나 치료법에 안주하지 않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본인 이론도 부단히 고치고 개선해 나간다.
더욱 중요한 점은 치유 과정에 환자의 전폭적인 참여를 이끄는 점이다. “허리에 좋은 운동은 없다. 허리에 좋은 자세가 있을 뿐”이라며 환자 스스로의 끊임없는 재활노력을 강조한다.
정교수를 통해 유추되는 명의의 조건은 ▲철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효과적 치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새 치료법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성실성 ▲약이나 시술을 넘어 환자 스스로 내부의 치유 역량을 끄집어내 치유하게끔 만드는 설득의 기술이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신의학 분야가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정립된 상태가 아니라 교과서적 지식이나 이론에 머무른 이들이 많다. 더구나 우울증·신경증 등 매우 복잡한 두뇌 속 고통을 직접 경험해본 의사는 더욱 적다.
정신질환은 그 사람의 전 인격과 일생이 관련된 부분이라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노련한 고참 의사들도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수가-체계로는 환자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30분~1시간씩 걸린다면 대부분 병원이 문을 닫을 수 있다. 따라서 5~10분 짧은 진료로, 겉으로 드러난 증상과 대화를 통해 수면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처방을 하는 게 보통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는 첫째 졸속 진단이다.
우울증, 불안장애, ADD, ADHD 같은 신경정신질환이 너무 쉽게 진단된다. 설문 테스트, 컴퓨터 검사 등 같은 보조자료가 유력한 증빙자료로 둔갑한다.
비교적 연구가 많이 된 우울증을 제외하고 나머지 질환 등은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 단순 우울증이나 무기력, 번아웃을 ADHD, 심지어 조현병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입을 심적 타격은 매우 크다. 국내 유명병원서도 일어나는 현실이다.
둘째, 약물요법의 부작용이다.
치료는 대개 약물요법인데 일단 효과가 즉시 있고, 환자와 상담할 시간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쓰는 약들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거나 안 맞을 수 있다. 약효가 나지 않는다고 복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더 센 약을 처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평생 약물의존증환자로 만들 수도 있다. 신경정신관련 의약품은 심리적으로나 신경생리학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세심하게 처방돼야 한다.
내가 십수년전 우울증으로 잠깐 고생할 때 어떤 의사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겁을 주었다. 다행히 다른 병원 가서 3개월 정도 약 먹고 고칠 수 있었다.
세 번째, 기존 의료 체계로는 정신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영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반 병원들은 보다 많은 환자들을 상대로 각종 검사와 약 처방을 하게 되며 고가의 비싼 약이나 시술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 의료현실상 ‘굿 닥터’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울증을 겪고 극복한 입장에서 나는 세가지 도움말을 드릴 수 있겠다.
첫째 검증된 의사를 직접 찾는 것이다. 요즘 주요 병원의 의사들은 대개 인터넷에 경력이나 활동 내역, 평가 등이 나와 있다. 여러 사람들을 대조해 가장 근접하고 평가가 좋은 의사들 2~3명을 상대로 직접 진찰을 받아 보길 권한다. 주변 수소문도 좋다.
두 번째는 그 의사와 상호신뢰관계(라포·rapport)를 형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신의학 분야에선 의사와 환자간의 이런 신뢰관계가 필수다. 그래야 환자가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고 의사는 정확한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환자의 자세다. 아무리 ‘굿닥터’라도 환자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의사의 처방을 믿고 따를 뿐 아니라 본인도 120% 노력해야 치유가 이뤄지는 게 신경정신질환의 생리다.
세계적인 암 전문가인 김의신(전 미 MD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박사도 암을 낫게 하는 요소 중 80%는 환자 자신의 치유능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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