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수국적자들이 받는 기초연금 年 212억… 9년간 9배 증가
납세 없어도 일반 국민처럼 수령
A(79)씨 부부는 1986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의 아내(69)는 34년 만인 2020년 9월 한국에 돌아왔고 복수 국적 제도를 통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이어 이듬해 1월부터 기초연금을 받았다. 남편 A씨도 2021년 5월 한국에 들어와 3개월 후부터 기초연금을 받았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한다. A씨 부부는 매달 기초연금 총 53만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30년 넘게 국내에서 세금 등을 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회의 요구에 따라 국민연금과 다른 연금(기초연금 등)을 합쳐서 효율화하는 연금 구조 개혁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노인(65세 이상) 복수 국적자의 기초연금 지급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장기 거주해 국내 세수(稅收) 등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는데도, 대부분이 일반 국민과 똑같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1년부터 65세 이상의 외국 국적 동포에겐 ‘외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해 국내 거주를 허용하는 복수 국적제를 시행해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수 국적자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액은 작년 212억원이었다. 9년 전인 2014년(22억8000만원)에 비해 9배로 급증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복수 국적 노인 수도 2014년 1047명에서 작년 5699명으로 5배로 늘었다.
복수 국적자에게 주는 기초연금액은 전체 지급액의 0.1% 수준(작년 기준)이다. 액수로만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세금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전해주는 기초연금 제도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복수 국적자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여도 기초연금을 받기가 더 쉽다는 평가다. 복수 국적자의 현지 부동산, 연금 등 해외 재산을 우리나라 정부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산 등을 소득으로 변환해 기초연금 지급의 잣대로 삼는 ‘소득 인정액’이 낮게 나와 기초연금을 받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 국민 중 복수 국적자의 소득 인정액은 대다수 단일 국적자의 절반 수준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복수 국적자의 일인당 평균 소득 인정액은 34만원으로 단일 국적자(58만원)의 58%에 그쳤다. 2014년 64%에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에 살 때 매달 수백 달러의 개인연금을 받은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소득 인정액이 ‘0원’으로 분류돼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국내 거주 기간 등 기초연금 지급 조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웨덴은 형편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 보증 연금’을 자국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만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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