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중국 이모님?…삼성·LG, 밀레니얼 마음 돌릴 전략은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2024. 8.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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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올해 상반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는 중국 브랜드 로보락
로보락 시장점유율 46.5%…'150만 초과' 고가 시장선 65.7%
삼성·LG, 보안·AS 앞세워 시장 탈환 칼 갈아…찻잔 속 미풍, 돌풍될지 주목
로보락, 하이마트와 손잡고 AS접수처 18곳→352곳 확대로 주도권 지키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위)· '비스포크 AI 스팀'. LG전자·삼성전자 제공

"웬만한 대형가전이랑 맞먹는 가격이라 오래 고민했는데 써보니 왜 더 빨리 안 샀는지 후회되더라고요. 시성비(시간 가성비) 대박이에요. 친구들에게도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고 추천해요"

올해 초 내집마련을 해서 이사를 간 김 모(38)씨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가전제품은 로봇청소기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가격은 웬만한 대형가전 수준의 고가인데다 무선청소기와 물걸레청소기 모두 보유하고 있어서 제품 구매를 고민했던 것이다.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는 지인들은 "무조건 사라"고 추천했지만 반년 넘게 고민 끝에 로보락 제품을 구매한 김 씨는 제품 구매 후 직접 청소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다른 브랜드를 고민했냐는 질문에 김씨는 "사용자들은 대부분 로보락을 추천했다"며 "다른 브랜드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가전 업체들의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국내 빅2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탈환을 선언하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장을 주도해온 로보락 등 중국 업체의 지배력이 공고한 모양새지만 이들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보안과 사후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늘고 있어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주목된다.

3040에 건조기·식세기 이어 3대 이모님 된 '로청'에 환호…묻따 로보락?

로보락 S8 MaxV Ultra. 로보락 제공

국내 시장에 로봇청소기가 등장한 건 20년이 넘었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건 비교적 최근으로 평가된다. 중국 가전업체가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한번에 해결한 '올인원' 제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기술 완성도를 이유로 먼지 흡입 기능을 중심으로 한 로봇청소기를 판매해왔는데 국내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로보락과 샤오미 등이 소비자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정조준해 로봇청소기가 물걸레를 빨고 건조까지 알아서 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중국 로보락은 지난해 로봇청소기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 2021년 이후 1위를 지키고 있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46.5%, 150만원을 넘는 고가 제품 시장 점유율은 65.7%다. 올 상반기 로보락 매출은 142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2000억원)의 절반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가사노동 부담을 더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흔쾌히 지갑을 여는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인원 제품은 프리미엄 라인의 경우 2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등으로 '이모님(가사노동을 덜어주는 가전제품을 부르는 애칭)'덕을 톡톡하게 본 3040세대가 로봇청소기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9억6천만달러(6조7800억)로 추산되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2.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LG "늦었지만 승산있다"…보안·AS 앞세워 시장공략 본격화

지난 2000년대 일찌감치 먼지 흡입 로봇청소기를 내놓고도 올인원 제품 출시엔 머뭇거렸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늦었지만 올인원 제품을 앞세워 다시 시장에 뛰어든건 이런 성장세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기능은 기본으로 하고 중국 제품의 약점으로 꼽히는 보안과 사후관리서비스(AS)에 대한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최소 2대 이상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침실부터 거실 등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데 민감 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는 녹화 영상을 24시간만 보관하고 파기하며 글로벌 인증 업체의 보안 안정성 검증에서 최고 등급을 얻었다고 강조하고 있고, LG전자는 수집 데이터는 암호화돼 외부 유출이 불가능하고 자사 표준 보안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로보락의 시장 주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독주'에 일부 균열도 감지된다. 지난 4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스팀'은 출시 25일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했고, 출시 후 2개월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4월 이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35%, 삼성전자가 25%로 집계됐다는 시장조사기관 자료도 있다.

LG전자도 경쟁에 가세했다. LG전자는 최근 자사 여러 가전에 적용 중인 구독 서비스를 로봇청소기에도 적용해 제품을 장기간 관리받고 무상 수리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 선택지로 내걸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올인원 제품은 중국 업체 제품의 페인포인트와 위생, 보안 등을 강화해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에 기능면에서는 오히려 중국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자평하며 "다만 올인원 제품에서 로보락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프리미엄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로보락'이라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 국내 제품들이 얼마나 빨리 들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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