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란봉투법’은 동문서답, 새로운 길 찾아야

최은영 2024. 8.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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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의 여론전이 뜨겁다. 야당의 국회 단독 의결과 대통령의 거부권 충돌이 반복된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잘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듯하다.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예전 월급봉투를 상징하는 ‘노란봉투법’이란 정감 어린 별칭과 달리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그런데 ‘실질적·구체적 지배와 영향’이란 개념은 추상적이고 모호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노사관계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다단계 도급일 경우 누가 사용자인지 불명확하고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의제에 따라 교섭범위와 사용자가 달라진다. 원청업체를 상대로 한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와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이다. 한편 원청업체가 하청 근로자에게 실질적·구체적인 지배 영향력을 행사하면 불법파견이 될 수 있는데, 노조법에서는 이를 사용자의 개념요소로 규정하면 법 체계상 모순이 발생한다.

둘째,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야 할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이 침해될 수 있다. 개인사업자의 담합이 단체교섭이 되고 이들의 집단행동도 노조법상 쟁의행위로 보호받는 부당한 결과도 발생한다.

셋째,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수정했다. 1997년 노사관계 개혁입법 이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당시 현행과 같이 법을 바꾼 것은 법원의 법률적 판단으로 해결할 해고자 복직, 임금 체불 등도 파업 대상이 돼 노사관계가 불안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넷째, 파업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배상의무자별 책임 정도에 따라 개별적 책임범위를 설정하도록 한 것은 복면을 쓴 불법파업에 대한 제어장치를 사실상 해체하는 것이다.

정당한 파업은 지금도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사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논란은 일부 노동단체에 특정된 문제다. 정부에 따르면 손해배상청구 인용액의 99.9%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고 대규모 사업장 9개소가 93.6%를 차지한다,

법치국가에서 노동3권이 민형사상 면책이라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려면 당연히 그 권리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불법파업은 헌법의 보호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서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파업만 하면 불법이 돼 쟁의권이 무력화되는 것이 문제라면 정당한 파업의 범위를 넓히면서 사용자의 대항권도 강화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도이지 단지 노조라는 이유로 불법행위를 면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음에도 여당으로서 압도적 과반수 의석을 가졌던 21대 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다가 야당이 되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까닭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조법 개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 불평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개정안은 노동조합 중심의 노동체제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노조는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을 대표하며 이들 내부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분리장벽을 높게 쌓아 외부자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다고 협력업체 노조 조직률이 증가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경영계가 ‘파업조장법 반대’만 외치는 것 또한 해법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하청 상생도 보여주기식 협약이 아니라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규범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노란봉투법과 기업에 대한 강제적 규제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념과 진영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노동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양극화 협곡을 건너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게 바로 참된 노동개혁 아니겠는가.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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