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어린이 말기 환자 배웅하기

최윤필 2024. 8.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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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병자를 돕던 중세 가톨릭 교회의 의료 봉사에서 유래했다는 호스피스 제도가 지금처럼 말기 환자의 육신과 영혼의 아픔을 덜어주는 행위로 전문화한 것은 약 60년 전부터다.

영국인 간호사 출신 의사 시슬리 손더스(Cicely Saunders)가 1967년 영국 런던에 인류 최초의 전문 호스피스 병원인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설립했고, 1971년 미국에서도 예일대 간호대 학장이던 플로렌스 월드(Florence Wald)의 주도로 호스피스 협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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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앤 암스트롱 데일리
앤 암스트롱 데일리는 '어린이를 위한 국제 호스피스'를 설립, 어린이 말기 환자의 경우 특성에 맞춰 치료와 완화치료의 병행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chionline.org

가난한 병자를 돕던 중세 가톨릭 교회의 의료 봉사에서 유래했다는 호스피스 제도가 지금처럼 말기 환자의 육신과 영혼의 아픔을 덜어주는 행위로 전문화한 것은 약 60년 전부터다. 영국인 간호사 출신 의사 시슬리 손더스(Cicely Saunders)가 1967년 영국 런던에 인류 최초의 전문 호스피스 병원인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설립했고, 1971년 미국에서도 예일대 간호대 학장이던 플로렌스 월드(Florence Wald)의 주도로 호스피스 협회를 만들었다.

앤 암스트롱 데일리(Ann Armstrong-Dailey, 1940.8.13~2024.5.22)는 죽음이 생로병사의 생물학적 질서에 늘 순종하지 않으며, 어린이들의 죽음도 노년 못지않게, 어쩌면 더 당사자와 남은 이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는 사실에 주목, 1983년 비영리 ‘어린이를 위한 국제호스피스(CHI)’를 만든 미국의 사회봉사 활동가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 아버지와 주부 어머니의 2녀 1남 중 장녀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주둔지 하와이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겪었다. 가미카제 전투기의 기총사격을 피해 다친 몸으로 만 4세의 그를 안고 내닫던 어머니, 다섯 자녀 중 넷을 전쟁 등으로 잃은 할머니를 기억하던 그는 아이들의 죽음이 가정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한 명이 중증질환 진단을 받으면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 300여 명에게 영향이 미친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도 마지막 나날까지 충만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여겼다. 미국의 호스피스 병원(1,400여 곳) 중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그는 의회와 인도주의 재단 등을 대상으로 어린이 호스피스 서비스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치료와 완화치료의 병행 등 말기 어린이 환자의 특성에 맞는 호스피스 통합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미국의 만 1~14세 어린이 사망률(10만 명당 사망자 수)은 2022년 기준 19명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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