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카르텔 깬다"던 尹정부... 그러나 '경대의 벽'은 더 높아졌다
정권 초 경찰국 사태로 "경대 개혁" 공언
경찰이 노조·마약 수사로 정권 발 맞추자
경찰대 출신 수뇌부 중용은 더욱 심해져

또 경찰대 출신 청장이 취임했다. 태극무궁화(큰 무궁화) 세 개 이상을 어깨에 단 수뇌부도 경찰대 출신으로 대거 채워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경찰대 순혈주의를 타파한다"며 경찰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2년이 지난 지금 경찰대 독점 현상은 더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과정에서 경찰대 출신을 '카르텔'로 낙인찍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결국 '경찰 조직 길들이기'를 위한 구실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민갑룡 김창룡 윤희근 조지호... 다 경찰대
12일 취임식을 가진 조지호(56) 신임 경찰청장은 경찰대 6기다. 경찰대 출신으로 다섯 번째 치안 총수 자리에 올랐는데, 2018년 이후 민갑룡(4기) 김창룡(4기) 윤희근(7기)에 이어 네 번 연속 경찰대 출신이 청장을 꿰찼다.
출범 초기 '경찰대 개혁'을 외친 윤석열 정부 입장을 감안하면, 경찰대 중용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이뤄진 경찰권 확대를 부정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 인사권을 통제했다.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위해 장관이 면접을 본 사실이 알려져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경찰대'가 카르텔 원흉으로 콕 찍힌 것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이후였다. 당시 총경 회의 참석자 56명 중 40명(71.4%)이 경찰대 출신인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때 간부들의 집단행동을 하나회(전두환 등이 주도한 국군 내 비밀 사조직)에 비유했다.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고 7급(경위)으로 자동 보임된다는 것이 요즘 말하는 불공정의 시작"이라며 경찰대 폐지를 은근슬쩍 암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순경 입직자가 96.3%인데 경무관 이상은 순경 출신이 2.3%에 불과하다"며 인사 불공정 해소를 지시했다.
이후 경무관 승진자 20%를 순경 출신으로 채운다는 개선안이 공개됐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경찰대 개혁을 의제로 하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설치됐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장악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전 정부와의 차별화 △대통령 출신 배경 △경찰국 사태(총경 회의) 등의 이유 때문에 현 정부에서 진짜 경찰대 폐지가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 틈을 타 잠시 비(非)경찰대 출신의 약진도 있었다. 윤희근 체제 경찰 수뇌부는 비경찰대 중심이었다. 경찰청장(치안총감)과 치안정감 등 8명 중 5명(62.5%)이 △간부후보생(2명) △행정고시(2명) △순경 공채(1명) 등 비경찰대 출신이었다.
용산-미근동의 찰떡궁합

그러나 경찰대를 카르텔로 규정했던 정부의 시각은 2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경찰 지휘부가 총경 회의 참석자들을 징계나 좌천으로 응징하고, 경찰이 건폭 수사나 마약 카르텔 단속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면서 용산(대통령실)과 미근동(경찰청)의 궁합이 슬슬 들어맞기 시작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출신 경찰관들이 고속 승진을 하고, 이들이 경찰 지휘부를 구성했다. 현재 치안정감 이상 수뇌부 8명 중 5명(62.5%)이 경찰대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순경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비경찰대 출신마저도 현 정부와 연이 있는 인사들이다. 김도형(간부후보 42기) 인천청장은 인수위 경험이 있고, 이호영(간부후보 40기) 경찰대학장은 행안부 경찰국장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이 주축을 이룬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실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지 않으니, 경찰대 폐지를 논의하려던 위원회도 2년 넘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은 "총경 회의 등으로 경찰대 폐지 얘기가 조금씩 나왔는데, 이후 윤희근 청장이 조율자 역할을 하면서 정부 입장에서 개혁 필요성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대 독점 계속 이어질 듯

경찰 세 번째 계급인 치안감 구성을 보면 경찰대 독점 현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총 8회 치안감 이상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는데, 초반 네 번 인사에선 치안감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이 46.7%에 머물렀으나 후반 네 번 인사에선 그 비율이 63.2%로 치솟았다.
현장에선 "카르텔이 충성을 바치니 친구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비경찰대 출신 한 경정은 "결국 경찰대 길들이기에 성공한 것"이라며 "업무 과중으로 조직을 떠나는 젊은 경찰관들이 많아지는데, 승진 문이 좁아지면 이탈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겉으론 '수사'를 강조하면서 정작 기획·정보·인사·경비 경력자가 승진에서 혜택을 받는 현상도 바뀌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특정 대학 문제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정은 "경찰대 외에도 동국대 경찰행정, 간부후보 등 서로 밀고 당겨주는 카르텔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며 "경찰대 개혁보다 승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제도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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