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림’ 노화·불치병 아니다… 증상 80∼90% 개선 가능

민태원 2024. 8. 1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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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신체 일부 떨리는 ‘진전증’
장진우 고려대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파킨슨병에 의한 손 떨림 환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로 치료하면서 영상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젊을 때 시작, 65세 이상 10% 발현
일상·사회활동 위축 삶의 질 저하
먼저 약물 치료… 50% 정도 해결

약물 효과 없으면 수술 치료 선택
최근 절개 없는 ‘초음파 수술’ 각광
정밀도 높아 통증 없고 회복 빨라

박모(68)씨는 원인 모를 떨림 증상으로 인해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손 떨림이 심해 일상과 사회 활동까지 위축된 상황이다. 박씨처럼 신체 일부가 떨리는 ‘진전증’은 파킨슨병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고 발생 부위도 다양하다. 손과 머리 떨림이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손 떨림(수전증)이 심할 경우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숟가락 들기 같은 일상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12일 “손 떨림이 심한데도 단순 노화 현상이나 불치병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진전증은 적극적인 치료로 80~90%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고, 약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근래 절개 없이 고강도의 초음파 에너지를 뇌의 특정 부위에 정밀하게 타격해 병변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 환자 부담이 한층 덜어졌다”고 부연했다.

초음파 뇌수술과 뇌심부자극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장 교수는 올해 초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을 정년 퇴임하고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이곳에 ‘첨단 초음파 뇌수술 센터’를 열고 본격적인 수술 치료를 시작했다. 장 교수에게 진전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진전증의 원인은 뭔가.

“뇌 신경계통 질환이나 약물 중독 등 확실한 원인에 의한 떨림도 있지만, 특별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본태성 진전증’이 가장 흔하다. 이는 10대 등 젊을 때 손 떨림이 시작돼 나이 들며 점차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본태성 진전증 환자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었다. 진전증은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에서 발현된다. 대뇌와 소뇌 연결 회로의 비정상적 활동(과활성화)이 발병 기전으로 추정되는데, 100% 밝혀져 있진 않다. 일부는 유전적 원인도 작용한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매우 다양하다. ‘안정성 진전’은 손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는 데도 계속 떨리는 유형이다. 파킨슨병의 특징적 증상이다. ‘자세성 진전’은 가만있을 땐 멀쩡하지만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취하면 손을 덜덜 떤다. ‘활동성 진전’은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으려 할 때 손을 떨어서 동작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본태성 진전증은 자세성과 활동성 떨림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치료는 가능한가.

“수술이 우선은 아니다.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근력 운동 등 재활요법을 먼저 시행한다. 세심한 약물 선택이 중요하다. 술, 담배, 커피, 약물 남용, 스트레스 등 진전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피해야 한다. 본태성 진전증 환자 중에 술을 마시면 증상이 완화될 수가 있어 술을 계속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알코올은 진전증 치료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50%의 환자는 약물치료로 해결이 된다.”

-수술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약물 치료 등으로 효과가 없거나 나이 들면서 생활에 제약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거나 정밀한 손작업이 필요한 직업 혹은 대인 관계를 해야 하는 경우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신경외과적 수술을 권한다.”

-어떤 수술법들이 있나.

“과거 고주파 열응고술을 많이 했다. 뇌뼈에 구멍을 뚫어 전극을 삽입하고 고주파 열로 병변을 파괴하는 방법인데, 일부에서 마비 등 원치 않는 합병증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이후 뇌심부자극술과 감마나이프 수술이 도입됐다. 뇌 깊숙이 전극을 꽂아 문제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은 효과는 상당히 좋은데, 아주 드물게 출혈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방사선 위험이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 초음파 뇌 수술법이다.”

-어떤 장점이 있나.

“치료 방식은 돋보기 원리와 같다. 1000여개의 초음파를 한데 모아서 생성된 열에너지를 떨림과 관련 있는 뇌 신경회로에 전달해 병변을 지지는 것이다. 기존 침습적 방법보다 절개 없이 진행되므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 시간이 짧다. 또 초음파의 특성상 주변 건강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 이번에 연 첨단 뇌수술 센터에는 최신 업그레이드된 수술 장비(엑사블레이트 뉴로)를 새로 도입했다. MRI 유도하에 실시간으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장 교수는 “흔히 ‘하이푸(HIFU)’로 알려진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은 자궁 근종이나 간암 치료 등에도 활용되고 있지만, 뇌 수술에 사용되는 장비는 0.1㎜의 오차까지 잡아내서 정밀도가 더 높다”고 했다. 다만 초음파 뇌수술도 진전증을 100% 해결하진 못한다. 병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치료하는 만큼, 수술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그렇다고 해도 손발이 떨리는 증상은 결코 가볍거나 불치의 병이 아닌 만큼,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받으면 정상적인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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