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풀린 '국산둔갑' 휴지…국내 제지사들, 인니 법인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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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위생용지의 국산 둔갑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관세청과 별개로 국내 위생용지 원단을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은 '글로벌 10위' 인도네시아 회사를 비롯해 문제의 수입 업체들을 형사고발까지 했다.
단속과 별개로 국내에서 위생용지 원단을 생산하는 대왕페이퍼와 대원제지, 삼정펄프, 신창제지, 프린스페이퍼, 아이유제지도 해당 업체들을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이날 관세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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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값싼 위생용지(휴지·핸드타올·키친타올·냅킨 등)의 원단을 받아 단순 절단, 엠보싱, 포장만 해놓고 '국산'으로 속여 판매해 온 업체들이 관세청의 대대적인 단속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초 본지의 문제제기(본지 1월25일자 : 형광물질 범벅 수입 화장지...'국산' 표기로 소비자 기만까지) 후 뒤늦게 당국이 제재에 나선 양상이다.
수입산 위생용지의 국산 둔갑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해외에서의 불법벌목을 용인하는 꼴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관세청과 별개로 국내 위생용지 원단을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은 '글로벌 10위' 인도네시아 회사를 비롯해 문제의 수입 업체들을 형사고발까지 했다.
1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수입 원단으로 위생용지를 생산하는 한국 그랜드 유니버셜 트레이딩(GUTK)과 광진산업, 아이티씨, 경동디앤에스, 한예지 등을 지난달 말부터 단속해왔다. GUTK는 글로벌 10위이자 최근 쌍용C&B와 모나리자를 인수한 인도네시아 기업 APP(아시아펄프앤페이퍼)의 한국법인이다. 이들이 원단을 수입한 사실을 숨긴 채 원산지와 제조국을 대한민국이라 표기한 점을 문제삼아 '포장지의 표기를 시정하라'고 시정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과 별개로 국내에서 위생용지 원단을 생산하는 대왕페이퍼와 대원제지, 삼정펄프, 신창제지, 프린스페이퍼, 아이유제지도 해당 업체들을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이날 관세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위생용지는 신체에 직접 닿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산지에 민감한데, 수입업체들은 소비자들을 기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생용지는 커다란 원단을 △절단 △엠보싱 △포장해 만들어진다. 예컨대 휴지의 경우 형체는 일반 롤 휴지와 똑같지만 너비와 직경은 1m가 넘는 커다란 원단 1롤을 절단해 흔히 화장실에서 보는 일반 가정용 롤 화장지 8000~1만개를 만든다. 원단을 가져다 절단, 엠보싱, 포장하는 공정은 원단의 제조 공정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다는 게 국내 원단업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원단의 절단과 엠보싱, 포장 등 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원가의 30~35%, 나머지 65~70%는 원단 가격이다.
대외무역법과 원산지 관리규정은 수입 원료가 국내에서 '단순가공' 됐다면 '수입물품'에 해당하고, 제품에 본질적인 특성을 부여한 나라를 원산지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2014년에 노르웨이산 연어를 스웨덴에서 가염, 건조, 냉동, 절단, 포장했다고 '스웨덴산'이라 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논리다.
관세청도 7년 전 위생용지의 최종 품질은 원단이 결정하고 엠보싱은 단순가공이라 결론내렸다. 절단과 엠보싱, 포장 모두 단순가공이니 수입산 원단의 원산지와 제조국은 수입국이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수입 가공업체들은 당국의 부실한 관리 속에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원단을 쓰고도 원산지와 제조국을 '대한민국'이라 표기해 판매해왔다.
국내 업계는 전문적인 법률검토 결과 위생용지를 대외무역법상 원산지를 표기할 의무가 없는 '수입원료를 사용한 국내생산물품'으로 보더라도 원산지와 제조국을 대한민국으로 명시한 것은 위법이라고 봤다. △헬로 순수 3겹 도톰한 고급롤화장지 30m △헬로키티 시그니쳐 5겹 프리미엄 화장지 24롤 3팩 △로얄라이프 프리미엄 화장지 △한예지 키스해링 오리지널 미용 티슈 등은 원산지 표기 위반이라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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