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쪽 시문집에 담긴 ‘변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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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제79주년을 앞두고 을사오적(乙巳五賊) 중 한 명인 권중현(1854∼1934)의 시문집이 공개됐다.
시문집은 그가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질타하는 글을 쓰고 1년 후쯤 일본군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미화하는 글을 쓰는 등 매국노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왜구를 질타한 권중현은 1년 후쯤인 러일전쟁(1904∼1905년) 당시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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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 극찬하다… 1년 후 일제 찬양하며 매국 행위
이토 히로부미 영접 등 교류 활동… 1290편 시-산문에 변절 과정 담겨
광복절 제79주년을 앞두고 을사오적(乙巳五賊) 중 한 명인 권중현(1854∼1934)의 시문집이 공개됐다. 시문집은 그가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질타하는 글을 쓰고 1년 후쯤 일본군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미화하는 글을 쓰는 등 매국노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경농고 111쪽에는 1903년 이치대첩(梨峙大捷)과 관련된 그의 생각을 적었다. 이치대첩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명장인 권율 장군이 이끄는 육군이 1592년 충남 금산군에서 지상전 최초로 왜구에 승전을 거둔 전투다. 그는 글을 통해 ‘우리의 충장공 권율 장군’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이어 이치대첩비에는 ‘용사지란(龍蛇之亂)이라는 글이 있다’고 소개한다. 용사지란은 뱀(왜구)이 용(조선과 명나라)에게 쳐들어와 일으킨 난리(임진왜란)를 의미한다.
이렇게 왜구를 질타한 권중현은 1년 후쯤인 러일전쟁(1904∼1905년) 당시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쓴다. 경농고 69쪽에는 그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을 위문하는 조선사신인 위문사로 활동하며 지은 시가 있다. 시에는 ‘여순해(뤼순항)에서 연합함대 사령관을 방문했는데 삼층 함대(배)에 사령깃발이 꽂혀 있다. 이웃(조선) 사신 영접을 위해 성의를 다했네. 의식을 마치고 칙서로 잔치를 여니 예포소리가 끊이지 않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는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를 만난 것을 미화했다.
경농고 79쪽에는 그가 러일전쟁 당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영접위원으로 활동하며 작성한 시도 실려 있다. 시에는 ‘여럿이 이등공작(이토) 송별연을 열고 마음으로 사귐이 성장했네. 두 번 세 번 충언 싫지 않으니 신체는 건강하고 기운은 더욱 높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는 러일전쟁 당시 조선을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와의 만남을 미화한 것이다. 심 씨는 “권중현이 경농고를 통해 일제의 충견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그는 결국 권율 장군의 충절을 훼손한 매국노가 됐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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