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인공 男 아닌 女 마라톤… 톰 크루즈, 영화같은 엔딩
여성-문화 눈에 띈 파리 폐회식
사상 처음 폐회식서 女마라톤 시상… 파리-LA 女시장 오륜기 주고받아
고공낙하 크루즈, 영상서 美 점프… 차기 개최 LA, ‘할리우드식’ 예고
“빠라밤∼ 빠라밤∼ 빠라밤∼ 빠밤!”
11일(현지 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그래미상을 5회 수상한 미국의 여성 흑인 가수 ‘허(H.E.R.)’가 기타를 들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의 후렴구를 연주했다.
다음 순간,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톰 크루즈(62)가 경기장 꼭대기에 나타났다. 환갑을 넘겼지만 줄 하나에 몸을 지탱한 채 약 46m 높이인 경기장 지붕에서 공중 낙하 스턴트를 직접 펼쳤다.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경기장 한복판에 착지한 그는 미국의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로부터 오륜기를 넘겨받았다.
크루즈는 오토바이에 오륜기를 꽂고 폐회식장을 떠났다. 이후 영상에서는 한 비행기에서 스카이다이빙을 감행한 크루즈가 2028 올림픽 개최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이 세계 영화 산업의 메카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 폐회식날 여성 마라톤 경기… ‘평등’ 강조
특히 주목받은 ‘파격’은 여자 마라톤 시상식. 과거 대부분의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남성 마라톤 경기가 폐회식 당일 치러졌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폐회식 시상대에는 남성 마라토너 3명이 올라가는 게 일종의 올림픽 공식이었던 것.
하지만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남성 마라톤 경기를 10일에, 여성 마라톤 경기를 하루 뒤인 폐회식 당일 치렀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여성 마라토너들이 차지한 것이다. 폐회식에서 여자 마라톤의 단독 시상식이 열린 것은 근대 올림픽이 열린 1896년 이후 처음이다.
조직위 측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 참가했던 여성들의 행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이날 여성 마라톤 역시 파리 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베르사유 궁전 등을 거쳐 나폴레옹 황제의 무덤이 있는 결승점 ‘앵발리드’로 돌아오도록 코스를 짰다.
오륜기 이양에서도 자연스럽게 ‘평등’과 ‘여성’을 강조했다. 파리 최초의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 시장은 로스앤젤레스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인 캐런 배스 시장에게 오륜기를 건넸다. 흑인 여성 시장이 폐회식에서 오륜기를 이양받은 것 역시 처음이다.
AP통신은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단 또한 성평등을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총 1만1215명의 각국 선수단 중 남성(5712명·약 51%)과 여성(5503명·약 49%)의 비율이 거의 일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번 올림픽이 참가 선수 숫자에서 성평등을 이룬 최초의 대회였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딴 프랑스의 수영 영웅 레옹 마르샹 등 성화 소화식에 참가한 7명은 입으로 ‘호’ 하며 성화를 껐다.
●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식’ 올림픽 예고
이날 크루즈가 등장한 영상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 ‘할리우드(Hollywood) 사인’의 알파벳 ‘O’가 오륜기로 바뀐 모습이 등장했다. 2028년 올림픽 개·폐회식 때는 할리우드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는 각종 선진 영상 기술이 적극 쓰일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는 미국의 여성 산악바이크(MTB) 선수 케이트 코트니에게 오륜기를 전달했다. 이후 육상 영웅 마이클 존슨, 스케이트보드 선수 재거 이턴 등이 오륜기를 드는 모습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오륜기는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베니스 비치에 당도했다. ‘레드핫칠리페퍼스’, 빌리 아일리시, 스눕독, 닥터 드레 등 미국 유명 가수의 공연도 영상에 등장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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