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이항 대립(二項 對立)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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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 대립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가 짝을 이뤄 특정한 개념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한 개인의 성격을 생득적인 '본성'과 후천적인 '양육'의 측면에서 조망하는 방식이다.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매 순간 판단하게 만드는 내적 이항 대립뿐 아니라 자신만 실재하고 타인들은 존재하지 않는 듯 관념화하는 유아론(唯我論)적 사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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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 대립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가 짝을 이뤄 특정한 개념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한 개인의 성격을 생득적인 ‘본성’과 후천적인 ‘양육’의 측면에서 조망하는 방식이다.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도 인생의 방향은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역시 이항 대립을 통한 개념화라고 할 수 있다.
이항 대립은 현상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해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상의 이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성격만 하더라도 어디까지가 본성이고 양육인지 현실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또 성격은 패턴화돼 있어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관성보다 불규칙성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의 배우자나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작정하고 비위를 맞추려 해도 좀처럼 맞출 수 없다.
의사든 상담자든 현실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정신건강 이슈가 성격이다. 전문가가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당사자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를 겪고 있고, 누구보다 예민한 상태에 있어 누가 자신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게 못마땅하다. 무언가 언짢고 불편하면 좀처럼 다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의 내면에는 극단적인 이항 대립의 로테이션 구조가 있다. ‘원하고 원망하죠’라는 노래 가사처럼 서로 다른 극과 극이 공존하면서 언제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선과 악, 사랑과 미움, 현실과 비현실, 설렘과 낯섦, 존경과 혐오 같은 이질적 요소들의 양립과 잦은 태도 교체를 기본원리로 삼는 내적 구조는 동물의 보호색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버림받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이 과연 도움이 됐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믿는 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점은 당사자는 자기 내면에 이런 이항 대립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걸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나 가까운 사람들로 인해 자신이 혼란, 좌절, 패배감, 버림받는 느낌을 받고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변 환경에 대한 불만족,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이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격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매 순간 판단하게 만드는 내적 이항 대립뿐 아니라 자신만 실재하고 타인들은 존재하지 않는 듯 관념화하는 유아론(唯我論)적 사고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의도된 개입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엄습하는 생각과 감정에 거리 두는 연습(고통을 줄이기 위한 마음챙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이들과의 집단상담(타인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타인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판단중지하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활동(천진난만한 아이들과의 놀이), 옳고 그름에 갇히지 않는 변증법적 대화(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하는)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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