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4만번, 방사능 초과 ‘0′… 후쿠시마 괴담에 1조5000억 헛돈 썼다
작년 8월 24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이를 전후해 일부 시민 단체와 정치인들은 “방사능으로 범벅 된 물고기를 먹게 된다” “일본의 핵 테러다” 등 공포감을 조장하는 의혹들을 여럿 제기했다. 정부는 수산물 안전을 검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각종 검사와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로 1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한국과 일본 수산물, 천일염, 바닷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총 4만4000회 실시했지만, 방사능 기준치에 근접한 검사 결과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검사 결과는 단순히 ‘기준치 이하’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한일 수산물에 대해 총 3만7781회 검사를 했는데, 그 가운데 99.8%(3만7703회)는 방사능 농도가 워낙 낮아 검출 장비에서 아예 측정조차 안 되는 ‘불(不)검출’ 수준이었다. 오직 78회(0.2%)만 기계에 방사능이 감지됐는데, 그 역시 대부분 기준치의 50분의 1도 안 됐다. 각종 괴담들이 모조리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방류에 따른 방사능 위험은 사실상 ‘전무(全無)’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라고 했다.
◇광우병 괴담 사태와는 달랐다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일본 측이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을 요청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이후 야당은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이 재정으로 남는 쌀을 사주는 양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멍게 괴담’을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멍게를 비롯해 모든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일절 수입하지 않고 있다. 국내 멍게 소비량의 16%가량을 차지하는 일본산 멍게는 전량 후쿠시마에서 500㎞나 떨어진 홋카이도에서 수입한다. 김태형 멍게수하식수협 조합장은 “멍게가 가장 많이 팔리는 4~5월에 괴담이 돌아 타격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어민들은 할인 행사와 무료 시식 등 소비 촉진 행사로 멍게 재고를 소진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본이 오염처리수를 방류한 작년 8월 대형 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산물 매출은 7월보다 15% 늘었고, 9월엔 8월보다 11% 더 늘어났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수산물 매출은 평년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소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 같은 괴담이 돌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는 등 3조7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 추산)의 피해를 입었던 광우병 괴담 사태와 달리, 우리 사회가 괴담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한다. 과학계는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한 달 전인 작년 7월 “일본의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결론을 냈고, 국내 원자력 학계 전문가들도 각종 괴담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정부도 매일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괴담 확산을 차단했다.
◇3년간 혈세 1.5조 투입
하지만 대가가 따랐다. 수산물 안전성 검사와 각종 소비 촉진 행사를 위해 지난 3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나랏돈이 투입됐다. 해수부는 2021년 일본이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계획을 발표하자 2022년 2997억원(집행액 기준), 지난해 5240억원의 ‘대응 예산’을 투입했다. 올해 편성액(7319억원)까지 합치면 3년간 1조5556억원이다. 안전성 검사 비용을 제외한 90% 이상은 수산물 소비 촉진과 어업인 경영 안정 자금으로, 괴담이 없었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이다. 작년 6월 “오염처리수가 방류되면 삼중수소가 천일염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며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이 예산을 활용해 천일염 공공 수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는 2051년까지 거의 30년간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설 자리가 없도록 검사와 대국민 홍보 등 과학적 ‘팩트’를 앞세운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염처리수가 지나가는 길목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국민들에게 결과를 알리는 등 국민 불안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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