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통해 세계에 행복 퍼뜨린 수상자… 인류애 가치 밝히는 빛 됐다

김한수 기자 2024. 8. 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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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만해대상 시상식]

“올해 만해대상을 받은 분들의 인류애와 헌신은 세계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으며,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류의 공동의 가치로 빛나고 있습니다.”

2024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12일 오후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법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삶과 사상을 이 시대에 각 분야에서 실천해온 수상자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만해축전과 만해대상 시상식은 매년 8월 강원도·인제군·동국대·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조선일보사 주최로 개최된다.

2024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12일 오후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올해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안선재 수사, 김용택 시인(이상 문예 대상), 김혜심 교무, 김훈 교수(이상 실천 대상),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대신해 평화 대상을 받은 클로드 간지 주한 르완다 대사관 1등 참사관. /인제=김지호 기자

이날 시상식에서 인류애를 솔선수범하고 있는 실천대상 수상자들의 소감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개발도상국에 ‘K필수 의료’를 전하고 있는 김훈 일산백병원 교수는 “역대 수상자를 생각하면 지천명에도 이르지 못한 저(올해 49세)는 30년쯤 더 열심히 살아야 받을까 말까 한 큰 상을 받게 돼 인생 30년은 가불하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20년, 30년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저와 같은 일을 현지에서 열심히 하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며 “(해외 출장 때문에) 늘 집을 비우는 아빠와 남편을 이해해준 가족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남아공과 에스와티니에서 어린이·여성·에이즈 환자를 돌봐온 김혜심 교무는 정작 본인 건강을 챙기지 못했다. 위암·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황반변성과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시상식 참석을 위해 1주일 동안 병원에서 특별 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수상 소감을 통해 현지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전할 때는 목소리에 기운이 넘쳤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서 발견한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며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마치자 장내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예대상을 받은 김용택 시인은 고향 마을 이야기로 수상 소감을 풀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15가구 23명 정도가 사는 곳”이라며 “그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는데, 그 작은 마을까지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큰 상이 어떻게 찾아왔을까, 굉장히 놀라웠고 스스로 벅찬 상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시인은 “만해 선생님은 시로 세상을 이긴 게 아니고 시를 이겨서 세상을 이기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선생은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아름답고 힘찬 영혼을 가지신 분으로 저는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 정신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면서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예대상 수상자 안선재 수사(서강대 명예교수)는 “번역가가 만해의 무게를 가진 상을 받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영어를 조금 해서 좋은 (한국 문학) 작품을 옮기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을 뿐, 그 작품은 원래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번역한 작가들 시인들 소설가들에게 감사해요. 그동안 그분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썼기 때문에 내가 번역할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되기 위해 노력해요. 번역은 그냥 봉사예요.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올해 만해평화대상은 1994년 부족 간 갈등으로 100만명이 학살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르완다를 평화와 화해, 용서의 리더십으로 이끈 폴 카가메 대통령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7월 대통령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해 11일(현지 시각) 취임식이 열려 이날 시상식에는 주한 르완다 대사관 클로드 간지 1등 참사관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이날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인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은 “만해대상을 제정한 무산 스님은 생전에 ‘담장을 치거나 벽을 세우지 말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전통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국적, 인종,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심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윤제림 시인은 ‘소의 얼굴’이라는 제목의 축시(祝詩)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윤 시인은 ‘꿈에 소떼를 보았습니다/주인 잃은 소들입니다/소를 잃고도 찾지 않는 사람들, 잃고도 잃은 줄 모르는 사람들의 소 (중략) 선생님, 백 년 전 우리가 잃은 것은 나라 하나였는데, 오늘은 열 가지 백 자기를 잃고 삽니다/가난만 잃었으면 좋은데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잃었습니다’라고 노래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 최상기 인제군수, 이양수 국회의원,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 이병선 속초시장과 행사를 주최한 동국대 윤재웅 총장, 권영민 설악-무산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그리고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등 문인들과 인제군 주민들이 참석해 600여 좌석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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