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혼자 뛰지 않는다…올림픽 빛낸 코치들[파리올림픽x결산]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된 오상욱(28·대전시청)은 지난달 28일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선생님이 뒤에서 ‘할 수 있다는’ 말씀을 계속 해주셨다”며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활짝 웃었다. 오상욱이 고마움을 전한 ‘선생님’은 원우영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원 코치는 이번 올림픽에서 오상욱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 네 명을 지도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는 피스트에 올라 외롭게 싸우는 선수들의 등 뒤를 지켰고, 승부처에선 과감한 결단으로 상대에게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1일 헝가리와 단체 결승전, 원 코치는 30-29로 추격당하던 상황에서 ‘조커’ 도경동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도경동은 전광석화처럼 내리 5점을 따내며 이날의 ‘신스틸러’가 됐다. 선수들은 우승 직후 원 코치를 헹가래 치며 기쁨의 순간을 나눴다.
임애지(25·화순군청)는 이 대회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여자 복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의 뒤엔 한순철 복싱 대표팀 코치가 있다. 임애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조기 탈락한 뒤 큰 좌절을 느껴 글러브를 벗으려고 했다. 한 코치는 이런 임애지에게 “파리 올림픽까지 3년 남았다”는 말을 해줬다고 한다. 이 시간을 버티고 버텨 여자 복싱의 새 역사를 쓴 임애지는 한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코치님, 4년 뒤에도 저랑 함께 해주실 거죠?”
선수들은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을 꿈꾸며 4년을 보낸다. 긴 시간 동고동락한 코치들은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올림픽 경기에서 함께 싸운다. 서건우(21·한국체대)는 9일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을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러 호아킨 추르칠(칠레)에게 라운드 점수 2-1로 이겼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오심 피해자가 돼 첫판부터 탈락할 뻔했다.
1라운드를 빼앗긴 서건우는 2라운드를 16-16으로 마쳤다. 점수가 같을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가 승리한다. 서건우는 두 번, 추르칠은 한 번의 회전 공격에 성공했기에 승자는 서건우였다. 그런데 심판은 정반대로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 순간 오혜리 태권도 대표팀 코치가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다음엔 본부석으로 이동해 오심을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오 코치의 항의로 재검증이 이뤄졌고, 결국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덕분에 서건우도 기사회생했다. 코트로 나가 심판에게 항의하고, 양팔을 높게 들어 억울함을 표현했던 오 코치는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규정에 어긋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선수를 보호할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11일 육상 높이뛰기 남자 결선에서 2m31의 벽을 넘지 못해 7위로 대회를 마무리한 우상혁(28·용인시청)은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 코치)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스마일 점퍼’가 눈물을 보인 이유는 어쩌면 자신보다 더 아쉬워할 코치의 마음을 알아서다. 우상혁은 “저는 몸만 힘들 뿐이지 감독님은 감정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모든 것이 힘드셨을 것”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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