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반쪽 광복절’ 소동
광복회에 이어 민주당 등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김 관장을 ‘뉴라이트 극우’ ‘친일파’로 규정하고 임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별도 광복절 행사를 열 수 있다고도 했다. 독립기념관은 논란이 커지자 개관 후 처음으로 자체 경축식을 취소하고 문화 행사만 열기로 했다. 국민 통합과 경축의 장이어야 할 광복절이 분열 소동으로 얼룩지고 있다.
광복회는 김 관장이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니라 1948년이라고 했는데 이는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광복절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없다. 김 관장도 “건국절 제정을 비판해왔고 반대한다”고 했다. 윤 정부도, 김 관장도 주장한 적이 없는 ‘건국절 제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은 김 관장이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며 ‘친일파’라고 했다. 그런데 김 관장의 발언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사실상 오류들이 있다” “잘못된 기술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출간 때부터 불공정·편파 시비에 휘말렸다. 좌파 인사들은 구체적 친일 행적이 확인되는데도 명단에서 빠진 반면, 우파 인사들은 특정 조직·부대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 낙인이 찍힌 경우가 많았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에게 ‘친일파’ 딱지를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김 관장은 “백 장군은 친일파라는 불명예를 썼다”고 했다. 백선엽 장군을 옹호하면 친일파인가.
김형석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대표하고 운영할 만한 적임자이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학자라기보다는 대북 인도적 지원 등 사회운동가로 분류되는 사람에게 굳이 그 자리를 맡겨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명백한 결격 사유를 지적하기 힘든 인사 결정을 문제 삼아 국가적 기념일을 반쪽으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에 적잖은 국민은 어리둥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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