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활의 길, 弓道

곽아람 기자 2024. 8.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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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NYU 교수의 책 ‘불안세대’는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불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인간은 어릴 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놀이를 하며 뇌를 발달시키는 ‘놀이기반 아동기’를 겪으며

삶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야 하는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접하면서, 이 ‘놀이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아동기’로 재편되고,

‘발견모드’로 있어야 할 아동기와 청소년기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어모드’로 바뀌면서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라고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기가 끊임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며 도파민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는 도파민 중독에 빠져 그 어떤 새로운 것에도 반응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남자아이들은 포르노에 너무나 일찍 노출되며,

여자아이들은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 등에 노출되는데,

소셜미디어의 해악은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들에게 더 크다고 하네요.

남자아이들은 보통 게임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려고 스마트폰을 열지만,

여자아이들이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기반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요.

책에서 그는 대안으로 16세 이전 소셜미디어 가입 금지, 고등학교 진학 전엔 스마트폰 사용 금지,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을 제안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대책이지만,

어쨌든 어른들의 관리 노력은 필요하겠죠.

'좋아요' '리트윗' '공유'는 딸들에게 더 해롭다

하이트는 2012년 출간한 ‘바른 마음’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어요.

‘좌파와 우파의 옳음은 왜 다른가’를 도덕심리학을 토대로 분석한 책이죠.

2017년 뉴욕에서 하이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인터뷰도 아래 공유합니다.

"좌파가 우파보다 정의롭다? 편견일 뿐"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미국 브래디 엘리슨과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2024.8.4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CK

양궁선수 김수녕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인전 및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시위를 떠난 화살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었지요.

이번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접전 끝에 김우진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는 장면을 보면서

김수녕 선수와의 인터뷰를 떠올렸습니다.

당시 그는 평정심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번도 ‘죽을 힘을 다해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적이 없다. 마음의 무게를 내 두 손에 들 수 있을 만큼만 가졌다.

신궁(神弓) 김수녕, 이젠 청중의 심금을 겨냥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The Archer)’에서 비슷한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궁도(弓道)를 연마해 온 작가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에서,

배움을 청하는 소년에게 이름난 궁사는 말합니다.

활은 얼마간 무위(無爲)의 시간이 필요하다. 늘 팽팽하게 긴장해 있는 활은 힘을 잃는다. 활을 가만히 놓아두어 견고함을 회복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면 네가 마침내 시위를 당길 때 활은 흡족한 듯 온전히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궁사는 또 말합니다.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그날 아침의 활쏘기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수많은 날이 남아 있고, 각각의 화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이다.

이는 “어린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는 김우진 선수의 충고와도 맞닿아 있네요.

과녁을 향해 끊임없이 활을 쏘는 일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습니다.

살면 살수록 백발백중의 삶도, 빗맞기만 하는 삶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습니까.

코엘료는 이렇게 썼습니다.

쏘아 보낸 화살은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날아간다. 천 발의 화살을 쏘면 천 발 모두 다른 궤적을 그린다. 그것이 바로 활의 길, 궁도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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