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44] 책 읽는 철학자
렘브란트(Rembrand van Rijn·1606~1669)의 그림은 작은 사진으로만 봐도 왜 그를 ‘빛의 화가’라고 부르는지 깨닫게 된다. 어두운 실내와 밝게 빛나는 창밖 사이의 이토록 극적인 명암 차이를 물감으로 만들어 냈다니 놀랍다. 실제로 미술관에 걸려있는 렘브란트의 그림은 흘깃 봐도 홀로 밝게 빛나서, 어딘가 조명을 감춰두고 거기에만 불을 비춘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될 정도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렇게 황금빛이 찬란한데 눈을 찌르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고요한 빛을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철학자가 있다. 돌을 깎아 만든 아치형 천장의 모서리가 닳아 무뎌졌고, 마룻바닥의 틈새가 많이 벌어진 걸 보니 오래된 건물인 모양이다. 책 위에 책을 펼쳐 놓고 독서에 몰두한 이의 모습은 건물의 나이만큼 기나긴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드나들며 책에서 지혜를 갈구했던 수많은 학자를 모두 합한 상징적 존재인 것 같다.
렘브란트 시절에 ‘철학’이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에 자연과학과 수학, 신학과 인문학을 모두 더한 넓은 의미의 학문이었다. 그의 눈을 밝히는 창밖의 비현실적인 빛은 햇빛을 그렸다기보다는 무지몽매한 세상을 밝혀줄 진리의 빛이자 지혜의 상징이며 신의 현현이다.
렘브란트는 일찍이 종교개혁을 거친 네덜란드에서 성장한 개신교도였으나, 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활동했고 그의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였다. 개신교는 기본적으로 성화(聖畫)를 비롯한 이미지를 우상이라 하여 용인하지 않았으나, 화가로서 렘브란트는 종교에 있어서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창밖이 저리 밝은데 빛이 어디서 오는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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