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2] 데이터 식민주의와 교란 전술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면서 공짜가 넘쳐났다. 개인 정보만 주면 무료 게임을 할 수 있었고, 무료 소프트웨어도 많았다. 회사는 고객이 제공한 개인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했고, 이를 다른 회사에 판매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서비스가 공짜면 당신은 고객이 아니다. 당신은 상품이다”라는 경구가 유행했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이런 상술이 새롭게 탈바꿈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사용자가 흘린 흔적에서 더 값진 정보를 발견했다. 무엇을 검색했는지, 누구와 친구가 됐는지, 누구의 글이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어떤 광고를 클릭했는지, 무슨 동영상을 얼마만큼 시청했는지, 심지어 어딜 갔고 언제 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모두 수집되어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된다. 위의 회사들은 이를 통해 회원의 행동과 성향을 알아내서 이 정보를 다른 기업이나 광고 회사에 판매한다.
하버드대의 쇼샤나 주보프는 우리가 남기는 이런 흔적을 (마르크스의 노동 잉여 개념을 빌려) ‘행동 잉여’라고 명명했고, 여기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개념화했다. 닉 콜드리와 울리세스 메히아스는 데이터를 착취하듯 수집하는 상황을 ‘데이터 식민주의’라고 불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기에 “당신은 상품도 아니다. 당신은 원재료”라는 새로운 경구가 탄생했다.
데이터 감시(dataveillance)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은 무자비한 데이터 추출에 저항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트랙미낫’(TrackMeNot)은 무엇을 검색했는지를 알아내지 못하게 무작위 검색어를 생성해서 전송하며, ‘페이스클록’(FaceCloak)은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때 가짜 정보를 입력하고 진짜 정보를 숨겨 준다. ‘캐시클록’(CashCloak)은 모바일 기기에서 가짜 위치 정보를 전송해서 진짜 위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막는다.
광고를 무작위로 클릭해서 내 진짜 관심을 속이는 기술도 있고, 익명을 보장하는 토르 브라우저도 있다. 안면 인식 카메라를 교란하는 시브이 대즐(CV Dazzle), 하이퍼페이스 기법도 널리 공유됐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 감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교란하는 기술 역시 정교한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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