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들으며 떠난 ‘원로 주먹’ 신상현··· 조폭 200명 고개 숙여

신상현씨 빈소. 연합뉴스 자료

[서울경제]

'명동 황제'로 유명한 신상사파 두목 신상현(92)씨의 영결식에 전국의 조직폭력배(조폭) 100여명이 참석했다. 10일 오전 5시께 세상을 떠난 신상현씨의 발인식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됐다. 고인이 차량으로 운구되자 한 여성은 유명 팝송 ‘마이웨이’를 불렀고, 조문객들은 흐느꼈다.

발인식에 앞서 11일 차려진 그의 빈소에는 조문객들과 각계에서 보낸 화환이 줄을 이었다. 이따금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허리를 굽혀 "형님, 오셨습니까"를 외치며 '90도 인사'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빈소 곳곳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조직원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서열을 따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씨의 장례식 기간 서울경찰청과 송파경찰서 소속 사복형사들을 병원 주변에 대기시켰다.

신상현씨 빈소. 연합뉴스 자료

월간중앙 한기홍 기자가 대신 쓴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2013)에 따르면 1932년 서울 관수동에서 태어난 신씨는 1954년 대구에서 상경한 뒤 명동 중앙극장 옆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우미관의 김두한, 명동의 이화룡, 동대문의 이정재가 3각 구도를 이룰 때 신씨는 명동파에 느슨하게 결합했다가 1958년 9월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후 1960년대 중반 조직을 재건한 뒤 1970년대까지 명동을 장악하고 신상사파 보스로 활동했다.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 따르면 신상사는 일본 야쿠자 조직과 함께 관광호텔 카지노를 운영해 수입을 올렸지만 마약과 사채, 유흥업소 관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90년 노태우(1932∼2021)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도 신상사의 명동 조직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