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호경]4년 만에 또 “그린벨트 해제”… 과거 혼란 반복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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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였다.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최소 1만 채 이상 아파트를, 이르면 2029년부터 분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현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미 훼손돼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적은 지역을 골라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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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였다.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최소 1만 채 이상 아파트를, 이르면 2029년부터 분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서울 신축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해소할 만한 물량을 당장 공급할 수 없으니 불안 심리라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혔다.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빈 땅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4년 전 문재인 정부도 검토했던 공급 방안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냈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율을 대폭 높인 2020년 ‘7·10 대책’은 수요 억제책의 정점이었다. 대책을 두고 ‘공급 없이 수요만 옥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대책 발표 나흘 뒤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는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발언해 그린벨트 해제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 ‘그린벨트는 미래 후손을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뜻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가 컸다고 한다.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인사까지 한마디씩 보태면서 그린벨트 해제 이슈는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
정부와 서울시 입장 차이에 여당의 엇박자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린벨트 해제를 백지화했다.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언급한 지 6일 만이었다. 주택은 한 채도 공급하지 못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깎아 먹은 해프닝으로 남았다.
현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미 훼손돼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적은 지역을 골라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한다. 여기엔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그동안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 온 그린벨트를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위해 활용할 때라고 본 것이다. 설익은 발언으로 혼란만 초래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적어도 청사진은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현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건 이미 전 국민이 경험했다. 이명박 정부 때 지정한 신규 택지지구가 박근혜 정부에서 취소된 적도 있다. 같은 당이 정권을 재창출했는데도 정책이 뒤집힐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 그린벨트를 당장 풀고 토지 보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도 최초 분양은 202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2, 3년이 지난 뒤에나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진짜 공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공급 규모를 늘리고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울시장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주택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호경 산업2부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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