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뭐하면서 쉴까…배우 최다니엘 따라 강화 여행가보니 [타인의 여행]
강화 대표 건축 명소로 거듭나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최다니엘은 일명 ‘최저씨’라고 불린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무해하고 허당미 넘치는 ‘최저씨’의 강화도 나들이는 전형적인 P의 여행이었다.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에코백을 둘러멘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인사를 건넨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강화도 화도면 흥왕리에 위치한 수국 맛집 ‘도레 빌리지’였다. 스스로 “여행을 딱히 즐기지 않는다”고 말한 최다니엘이 강화 행을 감행한 것은 지인의 추천 때문이었다.
도레도레 강화점, 마호가니 그리고 셀 로스터스 등 김경하 대표가 운영 중인 카페 브랜드 4곳 중 3곳이 모여있는 이곳은 건축 명소, 수국 맛집으로 몇 해 전부터 입소문이 났다.
5~10월 하루 5000~7000명 정도가 찾는 강화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도레 빌리지는 전부 4개 건물로 구성됐다.
“건축을 전공한 아버지,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 F&B 업을 하고 있는 저 그리고 사진을 전공한 동생이 모두 한 마음으로 이곳을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김경하 도레컴퍼니 대표가 설명했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항시 생각합니다. 건축은 사람이 어떻게 보고 즐기느냐가 중요합니다. 건물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전망이 다 다르죠.”
일행과 한 발짝 떨어져 공간을 곰곰이 살피고 있던 최다니엘이 구영민 건축가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래서 산 쪽으로는 뾰족한 세모 지붕 같은 창을, 아래 논과 멀리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는 네모반듯한 창을 내셨나 봐요.”
그의 말에 구영민 건축가는 정답은 없다는 듯 그냥 웃어보이기만 했다.
도레 빌리지에서 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논밭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산 중턱에서 내려와 갯벌이 넓게 펼쳐진 동막해변을 지나고 제법 큰 도로로 합류해 길상면사무소가 있는 번화가로 나왔다.
제멋대로 생긴 낮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인 길상면 중심에는 100년 가깝게 된 금풍양조장이 있다. 금풍양조장은 2022년 인천시 시도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막걸리 시음은 물론 양조장 투어가 가능해 강화도 신흥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금풍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태석 대표는 “양조장이 언제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시기가 1931년”이라고 소개했다.
예스러운 간판이 걸린 양조장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막걸리 매장이 보인다. 레트로하게 꾸민 매장은 막걸리 시음장이자 각종 굿즈를 전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다. 현재 금풍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유통업체를 끼지 않고 양조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은 매월 2000~3000병 정도라고.
양 대표의 아버지 양재형씨의 기억을 토대로 50년 전 양조장을 재현한 VR 영상도 2층에서 볼 수 있다. 양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강화 지역의 여러 가게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다. 강화 약쑥으로 차를 만드는 브랜드 ‘차완’과 함께 ‘막걸리 만들기 키트’도 출시했다.
네비게이션에 캠핑장 너댓곳이 뜨는 걸 보면 알음알음 캠핑 명소로 이름이 난 듯하다. 마지막 행선지 ‘채플 갤러리’는 아직 블로그 리뷰가 채 20개 정도밖에 안 되는 강화 숨은 명소다.
동검도 채플 갤러리는 강화 본섬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다. 이곳은 갤러리이자 작은 기도 공간을 겸한다. 우유갑처럼 생긴 기도실은 235 ㎡(7평) 남짓한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으로 통창이 나 있다. 정면 통창과 입구 쪽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해 해 질 녘 노을이 이쁜 날엔 더 진가를 발휘하는 곳이다.
오각형 조각으로 보는 바깥 풍경에 빠져 넋을 잃다가 문득 이 공간이 궁금해지면 기도실 건너에 위치한 갤러리로 들어가면 된다. 동검도 채플 갤러리는 조광호 신부가 지었다.
마침 이날 채플 갤러리에는 조광호 신부가 나와 있었다. 사제복이 아닌 일반 하얀 셔츠 차림을 하고 있어서 처음엔 그저 우리와 같은 방문객인 줄만 알았다. 갤러리 관리자가 넌지시 조광호 신부의 존재를 알렸고 최다니엘은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속 문자와 표식 등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이야기를 경청하고는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래서 최저씨와 함께 한 강화도 여행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낯설고 두서없어서 좋았던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계획하지 않아도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있었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마법처럼 등장했다. 무엇보다 적당한 속도가 좋았다. 모든 장면이 조바심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처음엔 그저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 그러다 궁금증이 생기면 조심히 다가가 정중하게 묻는다.
사진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 손가락으로 ‘브이(V)’를 흔들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TV 속에서 보던 배우 최다니엘의 모습 그대로였다.
강화도(인천)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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