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에 물든 나무들… 숨어있던 낯선 얼굴 드러내다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낮의 밝음서 드러나지 않은 면모 포착
나무껍질은 푸른 빛을 내는 ‘밤의 피부’
목격 대상들 자신의 감각대로 길들여
원본과 다른 특유 추상적 화면에 담아
◆푸른 어느 밤의 나무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오늘을 본다. 서로 닮은 시간과 공간에 깃들어 살아가더라도 각자의 날들 주위에 펼쳐진 풍경을 이해하는 방법이 누구나 다른 탓이다. 평범한 일상의 언저리에서 건져 낸 특별할 것 없는 장면들이 예술의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시선의 다름 덕분이다.
정주원은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6년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학부 졸업 후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에서 예술전문사를 취득했다. 아트스페이스 보안2(2024), 지오피 팩토리(2022), 온수공간(2021), 갤러리175(2020), 갤러리3(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APO프로젝트(2024),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24), 페리지갤러리(2023),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2023; 2022), 아트스페이스 풀(2018), 금천예술공장(2017), 누크갤러리(2017) 등의 기관이 연 단체전에 참여했고 금천예술공장 8기(2016∼2017),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9기(2022∼2024)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활동했다. 올해 10월에는 서울 을지로 소재의 전시공간 포켓테일즈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12월에는 전북 전주의 공간시은에서 김재유 작가와 2인전을 연다.
◆투명하게 솔직하고, 시어처럼 함축적인
“캔버스 앞에 앉았을 때 내 살갗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을 그리려고 한다. 회화는 그리는 사람의 몸과 가장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며, 작가와 작업 사이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발 딛고 있는 지점, 나를 둘러싼 상황, 개인적 서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곤 했다.”
지난해 정주원이 건넨 작가노트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진솔하게 밝히기를, 그의 주제는 다분히 개인적인 서사로부터 시작되어 자신 바깥의 세상으로 가지를 뻗어 간다. 회화라는 매체를 신체성과 연결지어 생각하고, 주위의 사물들에 자신 삶의 모습을 투영하며, 자연의 요소들로부터 물감의 색채 및 질감을 연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다.
정주원의 회화는 때로 투명하게 솔직하고, 때로 시어처럼 함축적이다. 그러한 양가성은 언어의 사용에서도 드러나는데, 예컨대 그가 지난 개인전 제목으로 삼은 ‘팽팽한 위로와 안 웃긴 농담들’(2024)이나 ‘목젖까지 던지세요, 사랑에’(2021), ‘엄마, 미술해서 미안해’(2017; 2018) 등의 문구는 특유의 천진함과 당돌함이 뒤섞인 직설적 어투로서 복수의 화면을 아우르는 은유적 의미를 암시한다.
한편 ‘밤의 피부’와 ‘쏟아지는 산’ 등의 서정적 작품명은 추상적 외피 아래 구체적 서사를 가늠하게끔 하는 길잡이로서 역할하기도 한다. 작가의 눈에 비친 오늘의 풍경은 회화의 도구를 경유하여 비로소 공유된 날들의 초상이 된다. 화면에 담긴 공감각적 이미지의 출처는 매우 개인적이어서 가장 보편적인 그만의 진실함이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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