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발판’ 환경미화원 숨져…단속 사각지대

[KBS 창원] [앵커]

지난달 양산에선 한 60대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뒤에서 떨어져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습니다.

숨진 환경미화원은 업체 측이 불법으로 설치한 발판에서 추락했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감독은 없었습니다.

KBS창원은 위험에 내몰린 청소 노동자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청소차가 골목을 달립니다.

청소차 뒤에는 환경미화원 2명이 발판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있습니다.

요철을 만나자 몸이 휘청이고, 곧이어 1명이 중심을 잃고 떨어집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60대 노동자는 나흘 뒤 숨졌습니다.

청소차에 발판을 설치해 탑승하는 것은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위반이지만, 업체 측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접 설치한 것입니다.

사고 이후 해당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청소차에서 떼어낸 발판이 여러 개 쌓여 있습니다.

이 업체는 차량 검사 때만 발판을 제거한 뒤,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작업을 해왔습니다.

[사고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이걸 달고는 차량 검사가 안 됩니다. 불법이기 때문에. 양산의 문제만은 아니고요.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양산시의 지난해 생활폐기물 대행업체 평가 보고서.

불법 발판 등 안전상 문제를 느낀 적 있냐는 주민 설문에서, 사고 업체를 포함한 5개 업체 모두 응답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산시의 단속은 없었습니다.

[양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서 음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분까지 강력히 저희가 하지 못한 그런 부분들은 있죠."]

정부는 6년 전부터 청소차 불법 발판을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법 따로, 현실 따롭'니다.

[사고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발판 없이 작업하라고 하면 노동자 보고 노동 강도만 더 하라는 것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 현실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양산지역 청소업체들에 청소차 발판 사용 금지를 지시했고, 사고 업체와 양산시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부민·김신아

박기원 기자 (pray@kbs.co.kr)